[제35기 왕위전] 안영길-조훈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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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호되게 당해본 安4단 바짝 긴장

제1보 (1~26)=9국에서 서봉수9단은 최철한3단을 꺾었고 10국에서 이세돌3단이 박정상2단을 눌렀다. 이판은 11국. 2연승의 조훈현9단과 안영길4단이 중반의 길목에서 만났다.

曺9단은 신예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전사(戰士)이자 누구보다 엄격한 훈련교관이다. 전투형으로 기풍이 바뀌어가고 있는 安4단이 정상을 꿈꾼다면 曺9단이야말로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기도 하다.

5월 3일 오전 10시 한국기원. 백을 든 安4단은 첫수부터 고요히 묵상에 잠겨든다. 3분 후 둔 곳은 백2의 화점.

매번 두는 곳이니 수를 생각한 것은 아니고 꼭 다시 한판 배우고 싶었던 曺9단을 맞이하여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고 봐야 한다.

安4단은 프로입단 직후인 1998년 曺9단을 만나 한번 혼이 난 일이 있다. 그후로는 다시 만나지 못하더니 왕위전 본선의 중대한 길목에서 조우하게 됐다.

安4단은 그때보다 꽤 컸다. 판을 보는 안목도 좋아지고 승률도 좋아졌다. 曺9단은 귀밑머리가 그때보다 더 하얘졌다. 이제는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고 21세의 安4단은 마음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백4에서 다시 3분. 이번엔 아까와 같은 묵상이 아니라 진짜 수를 생각했다. 4를 화점에 두면 曺9단은 '참고도' 와 같은 고바야시(小林)류로 올 것이다.

이 포석은 최근 曺9단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라서 그걸 피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백4다. 曺9단은 커피 한잔을 맛있게 마시며 7, 9, 11의 큰 밀어붙이기 정석으로 나온다.

흑이든 백이든 曺9단은 이 전투형 정석을 즐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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