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폭소… 한여름 달구는 뮤지컬 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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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여름에 접어드는 7월, 뮤지컬계는 더욱 뜨거워진다. 뮤지컬의 주 관객층인 학생들의 방학을 노려 재미있고 개성있는 작품들이 연달아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국내에 첫 소개되는 해외 고전(古典)급 작품도 있고, 이미 포복절도할 만큼 재미있다고 정평이 난 작품들의 리바이벌도 있다. 철에 맞게 '공포' 를 표방한 신종 뮤지컬도 나들이 채비를 갖췄다.

우선 남녀노소 구분없는 대중 취향의 인기 작품으로는 '넌센스' (극단 대중)가 대기하고 있다. 7월 17일부터 9월 16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장기 공연한다. 이 작품은 10년 전 초연돼 꾸준히 무대에 오르면서 그 때마다 많은 관객을 모아 흥행 보증수표로 통한다. 죽은 동료 수녀들의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는 '화끈한 수녀들' 의 즐거운 일탈을 담았다.

꾸준히 사랑받다보니 공연할 때마다 스타들도 많이 배출했는데, 박정자(레지아).양희경(허버트)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번 무대의 주인공도 이들이다. 톱스타 윤석화가 처음 출연(마리아)하면서 예술감독도 겸해 눈길을 끈다.

'넌센스' 외에 번안.번역극으로 관심을 끄는 작품은 서울시뮤지컬단의 '카르멘시타' 와 신시뮤지컬컴퍼니의 '키스 미, 케이트' 다. 7월 5~19일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카르멘시타' (연출 이종훈)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의 뮤지컬 버전이다.

우리 입맛에 맞게 편곡 등을 했다. 미국의 전설적 안무가인 보브 포스의 작품으로, 다른 뮤지컬에 비해 이른바 '포스 스타일' 의 화려한 율동이 볼 만하다.

'명성황후' 를 안무했던 서병구가 포스 양식에 도전한다. 바람둥이 돈 호세 역은 중견급 주성중이, 그를 사랑하는 집시 여인 카르멘은 신예 조수정이 맡는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키스 미, 케이트' 는 하버드대 출신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개척자인 콜 포터 작곡이며 국내 첫선이다. 공교롭게 '카르멘시타' 와 공연기간이 같은데다 라이벌 배우들이 양분해 출연해 명예를 건 '강남.북 대결' 이 볼 만할 것 같다.

출연자와 연출(임영웅).스태프 모두 A급이다. 남경주.전수경.최정원 등이 출연한다. 연극 배우들의 사랑이야기가 극중극으로 엮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름엔 싸늘한 '납량(納凉)극' 이 제격이다. 진우예술기획이 7월 26일~8월 26일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록 뮤지컬 '록키호러쇼' 는 1970년대 이후 영국 '반문화(카운터 컬처)' 의 상징으로 군림해 온 작품이다.

영국 등지에서 공연됐을 때 공포와 SF(공상과학).록음악 등의 장르를 마구 뒤섞고, 여기에다 섹스와 마약 등 사회적 이슈들을 재미있게 버무린 파격적인 무대로 유명했다. 영국에서 공부한 신인 이지나가 연출을 맡고, 개그맨 홍록기를 비롯해 박준규.김선경 등이 출연한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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