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칼슘' 양미리 풍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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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민이 양미리를 출하하기 위해 상자에 담고 있다. [연합]

올 가을 강원도 동해안에 양미리(일명 까나리)가 대풍이다.

4일 지역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양미리 잡이가 시작된 뒤 속초와 고성 연해에서 최근 몇년 들어 가장 많은 양의 양미리가 잡히고 있다.

속초수협에서 지난달 11~31일 위탁 판매된 물량이 496t(4억7280만원어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8t, 1억9768만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어민들은 당초 예상치 못했을 정도로 많이 잡히자 양미리를 그물에서 분리하는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심지어 속초항에서는 분리 작업이 늦어져 못 쓰게 된 양미리를 버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선주들은 양미리 잡이 투망 그물 수를 척당 15~20닥(그물 단위)에서 8닥으로 줄이는 등 어획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처럼 올해 동해안에서 양미리가 많이 잡히는 것은 바닷 속 환경이 예년보다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불러왔던 2002년 태풍 '루사'에 이어 지난해엔 '매미'가 이 지역에 영향을 미쳤으나 올해는 큰 태풍이 없어 육지에서 부유물질이 바다로 흘러 들어간 양이 크게 줄어 바닷속이 깨끗해 졌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양미리는 깨끗한 모래가 있는 곳에서만 서식하고 뻘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양미리가 많이 잡힌다는 것은 연안에 뻘이 없고 모래가 많다는 증거"라며 "지난 2년간 계속된 태풍의 후유증이 어느 정도 사라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미리=몸 길이 15~20cm의 바다 물고기. 우리나라 동해와 일본.연해주.오호츠크해 등에 주로 분포하며 매년 10~12월에 주로 잡힌다.

동해안에서 잡히는 양미리는 까나리가 정확한 이름이나, 두 물고기의 겉모습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어민들과 사이에서는 액젓용으로 주로 쓰이는 까나리와 구분해 양미리로 불린다. 양미리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어획량이 많았던 데다 다른 물고기에 비해 값이 싸 서민들의 주요 겨울철 먹거리로 애용됐다.

소금구이.회.볶음.조림.찌개 등으로 요리해 먹는다. 회를 제외하고는 뼈째 먹기 때문에 고칼슘 생선으로 각광받으며, 기름기가 적어 맛이 담백하다.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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