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영화 속 거짓말쟁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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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7 ‘파고’의 돈이 궁한 남편

그 남자에겐 빚이 있었다. 부자인 장인은 구두쇠였다. 남자는 청부업자를 동원해 아내를 납치시키고, 장인에게 돈을 뜯어내려 한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녀석들을 고용했고, 사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런 일을 꾸미기엔 너무 심약했던 남자는, 결국 모든 것을 잃는다.

6 ‘굿바이 레닌’의 효자

독일 통일 직전 동독의 한 열혈 공산당원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깨어난 엄마가 통일이 된 사실을 알면 심장마비로 세상을 뜰지도 모르는 일. 효자 알렉스는 엄마의 주변에 ‘동독의 흔적’을 만드느라 분주한데…. 급기야 TV 뉴스까지 만든다.

5 ‘라이어 라이어’의 변호사

거짓말을 밥 먹 듯하는 변호사 짐 캐리. 바쁘다는 이유로 생일잔치에 못 온 아빠를 위해 그의 아들은 소원을 빈다. “아빠가 하루 동안 거짓말 못하게 해주세요.” 소원은 이루어졌고, 궁지에 빠진 변호사는 법정에서 소리친다. “거짓말을 할 수가 없게 됐어!” 진실만으로 살 순 없지만 가끔은 ‘거짓말 없는 날’도 필요하다는, ‘안티 만우절’의 영화.

4 ‘인생은 아름다워’의 감동적인 아버지

아버지는 아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전쟁을 놀이로 만들었다. 그 거짓말 앞에서, 숨바꼭질 중인 아들은 킥킥거리며 웃었고 관객들은 눈물을 닦아냈다.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

3 ‘마틴 기어의 귀향’의 돌아온 사나이

8년 만에 돌아온 남자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사진). 특히 아내는 느낀다. 너무 다정다감해졌다. 하지만 묵인하며 살아간다. 지금의 그 남자가 너무 좋기 때문에. 흡사한 외모의 전우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친구의 고향에서 가짜 행세를 했던 남자. 16세기 프랑스의 실화다. “거짓말은 먼 곳에서 쉽게 온다”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2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10대 사기꾼

“아버지 재산을 모두 찾아드릴게요.” 장난은 조금 심했지만 순진했던 소년의 거짓말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는 비행기 부조종사부터 검사까지 숱한 직업을 거쳤으며, 400만 달러 상당의 위조 수표를 발행했다. 어떻게 보면 그의 거짓말 인생은 유전적인 것. 사기꾼 기질 농후한 아버지는 아들의 귀에 속삭인다. “속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 혹은 절름발이

그는 남성 중창단 멤버도 아니었고, 레드풋이라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고바야시는 도자기 회사 이름이었다. 모든 재료는 벽에 스크랩돼 있었으며, 그는 자신을 심문하는 형사의 머그컵 바닥을 유심히 봤을 뿐이었다. 그렇게 짜맞춘 거짓말로 경찰서 문을 나서는 그는, 더 이상 절름발이가 아니었다. 아니 그는, 카이저 소제였다.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 mycutebi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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