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 사연 얽힌 느티나무 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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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라진 온양온천 온궁(溫宮,온천에 행차한 왕의 거처)의 역사를 전해주던 2백40년된 느티나무 세그루 중 마지막 남은 한그루가 최근 고사(枯死)했다.

충남 아산시 온양관광호텔 본관 앞의 이 느티나무들은 1760년 영조를 따라 온천욕을 왔던 사도세자가 활을 쏘던 자리에 당시 온양군수가 심은 것으로 그 후 정조가 비참하게 죽은 부친을 기리며 나무주위에 축대(靈槐臺)를 세우고 추모의 글을 남긴 역사적 장소이다.

6 ·25때 온궁이 미군폭격에 소실되는 와중에도 살아 남아 해마다 푸르름을 자랑하던 이 느티나무들은 1993년 호텔측이 새로 정원조경공사를 하면서 나무주변을 80cm로 높게 복토하는 바람에 배수가 안돼고 뿌리도 깊게 파묻혀 호흡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서 점점 시들어 가기 시작했다.

두그루는 4∼6년전 이미 고사했고 마지막 한그루마저 여러번의 외과수술과 영양제 공급을 받았으나 올해들어 남은 대여섯가지의 잎마저 모두 말라 버리는 등 회생이 불가능해 진 것이다.

아산향토문화연구회장 김백선(金百善 ·67)씨는 “온양온천의 명성이 점점 퇴색하는 마당에 세조때 세운 신정비(神井碑)와 함께 온궁의 역사를 말해 주던 느티나무가 모두 고사한 것은 가슴아픈 일”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아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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