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노조 세몰이로 될 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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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9일 경남 창원에서 열릴 예정인 사상 초유의 대규모 공무원 집회를 앞두고 정부와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측이 적법성 공방을 벌이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은 명백히 실정법에 저촉된다며 참가자들을 징계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전공련측은 자신들이 주최한 집회가 아닌 데다 경찰의 집회 허가까지 받았으므로 합법적인 집회라고 맞서고 있다.

전교조.경실련 등 49개 단체로 구성된 '공직사회 개혁과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가 집회를 주최하기 때문에 공무원이 업무시간 이후에 참여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공련측 주장은 지극히 형식 논리에 치우쳐 있다. 이번 집회의 주된 목적이 공무원 노조 설립 허용과 구조조정 중단 등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집회 주최자가 다른 쪽이라고 강변한다면 이중적 자세로 볼 수밖에 없다.

현행 공무원법은 공무원들의 집단행동.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공무원직장협의회법 시행령도 전국적인 연합체의 설치를 금하고 있다. 정부든 민간기업이든 구조조정을 통한 감량 경영은 당면한 국가 과제인데도 법과 원칙을 어겨가면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까닭은 무엇인가.

전공련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이며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한 국가 중에서도 한국과 대만만 이를 불허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을 제외하곤 일반 공무원 노조에 대해서는 단체행동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요즘 우리의 경제 상황은 어떤가. 경제를 살리려면 대외 신인도를 높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총파업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나라 경제를 어둡게 하고 있는 판에 수천명의 공직자들마저 이에 가세해 집단행동을 한다면 국민 누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전공련측은 노조 결성을 위한 세몰이에 나설 것이 아니라 국가 공복(公僕)으로서 경제를 살리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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