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활용으로 식탁 꾸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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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수은주가 섭씨 30도를 오르내린다. 시원한 바닷가의 푸르름이 연상되는 식탁 꾸미기의 센스가 필요한 때다.

찬장 안에 넣어두었던 파란색 유리접시를 꺼내 연두색 멜론을 예쁘게 깎아 몇조각 올리면 보기만 해도 상쾌하다. 전을 부칠 때 쓰던 대나무 채반에 메밀국수를 담아내도 얼음이 동동 떠있는 냉육수가 연상될 정도로 시원하다.

테이블 코디네이터 강홍준씨는 "여름철 식탁을 청량감 있고 정갈하게 차리려면 어떤 테이블 웨어를 쓰느냐가 포인트" 라고 설명한다.

더위를 달랜다고 끼니마다 콩국수.냉면.오이냉채 등 찬 메뉴로만 채울 수는 없는 일.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에 갓 지어낸 더운 밥을 올리더라도 그릇만 잘 쓰면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강씨는 "그렇다고 여름 한 철 쓸 그릇을 따로 장만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라며 "찬장이나 싱크대를 뒤져 아까워서 쓰지 않는 크리스털 식기 등을 식탁으로 불러내라" 고 주문한다.

목기(나무그릇)는 자연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여름 그릇으로 제격이다. 특히 소쿠리 제품은 습기를 없애 음식이 쉬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더욱 좋다. 작은 채반의 경우엔 야채를 담는 접시로 쓰면 더운 음식으로 꾸며진 식탁에 청량감을 주는 데 손색이 없다.

생활 도자기나 플라스틱 그릇은 바이올렛과 애플그린 색상이 올 여름 식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행남자기 디자인실 김수진씨는 "로열 코펜하겐.포트메리온.알레시 등 세계적인 식기회사들이 올 여름 바이올렛과 애플그린 색상의 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며 "이들은 자연의 질감을 색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풍요로움과 화사함을 더해준다" 고 말했다.

이러한 식기도 작은 채반 위에 올려놓거나 옥잠화 잎을 받쳐주면 시원한 멋을 연출할 수 있다. 이때 밑에 받치는 접시와 얹는 식기의 크기는 10대 3 정도가 넉넉하고 편안한 비율이다.

또한 음식을 그릇에 담을 때도 넓은 그릇에 조금씩 산뜻하게 담고 푸른 야채로 장식하는 것이 시원함을 연출하는 요령이다. 그릇의 크기가 10이라고 가정하면 음식의 양은 6 또는 4가 적당하다.

여름철에 어울리는 그릇은 뭐니뭐니해도 투명한 크리스털이나 유리 제품. 반투명한 것도 있지만 유리 자체가 주는 질감으로 청량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값이 싼 유리 제품은 시원한 느낌을 주기 위해 흰색 등 여러가지 색깔을 입힌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유리 접시로 좀 더 품위있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접시 두 개 사이에 푸른 잎사귀나 예쁜 꽃을 놓으면 독특한 분위기의 새 그릇으로 변신한다.

유리컵 물 한잔으로도 남다른 감각을 자랑할 수 있다. 그냥 물만 내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유리잔에 생수를 담고 허브를 띄우면 싱그러운 멋이 돋보인다. 이때 허브는 애플민트나 레몬밤과 같이 상큼한 향의 민트류가 어울린다.

그러나 이런 유리제품도 그릇에 얼룩이 있다면 청량감이 뚝 떨어지므로 닦을 때 요령이 필요하다. 유리그릇은 식초물에 담갔다가 소금을 발라 닦거나 레몬즙에 소금을 약간 섞어서 닦아야 반짝반짝 광택이 나고 깨끗하게 된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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