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학전문대학원 도입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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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위원회가 어제 내놓은 '의학전문대학원 기본모형' 은 의예과나 치의예과를 거쳐 본과에 진입하는 현재의 폐쇄적인 의사 양성체제를 개편해 일반대(산업대 등 제외)의 학과.학부 학생들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2년 이상 대학을 다니며 90학점 이상을 얻은 학생이면 누구든 의학교육 입문시험(MEET)에 응시할 수 있고 이를 통과하면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에 진학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모형은 여러 긍정적 요소를 갖고 있다고 본다. 우선 의사 양성체제가 의예과 출신들로 한정됐던 울타리를 허물고 개방형으로 바뀐 점을 꼽을 수 있다. 다양한 소양을 갖춘 의료인을 배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전문대학원 졸업 후 전공의 수련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되거나 의학박사 학위를 따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토록 한 것도 임상의사와 연구의사의 분리란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도입은 또 다른 부작용이나 혼란을 부를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학부제 실시 이후 나타나고 있는 비인기학과 기피현상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 많은 학생이 학과 수업을 소홀히 한 채 의학교육 입문시험에만 매달린다면 대학 입시의 연장에 불과하며 이를 위한 과외마저 생길 수 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 의과대의 여건을 감안할 때 자칫 지방 학생들의 서울 집중현상을 심화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도입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가 법과대학원과 함께 도입을 추진하다 거센 반대 의견에 부닥쳐 백지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모형은 의료계의 의견을 많이 수렴한 것인데다 주요 의과대학들도 도입에 적극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정부는 의료계뿐 아니라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해 이런 부작용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점이 많다고 서두르다 의약분업 같은 정책실패를 되풀이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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