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굴종' 만든 네덜란드 감독 고흐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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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화계의 살만 루슈디로 불리던 네덜란드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47)가 2일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무슬림 청년의 총에 피살됐다고 영국의 BBC 방송이 보도했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같은 집안의 후손인 테오 반 고흐는 무슬림 가정에서 빈발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다룬 영화 '굴종(Submission)'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가 네덜란드 TV로 방영된 이후 그는 살해 위협에 시달려 왔다. 영화 가운데 특히 무슬림의 강한 반발을 산 장면은 나체의 여배우가 반투명 천에 덮여 쓰러져 있는 대목이다. 여배우는 온몸에 쿠란(코란) 내용을 문신처럼 새겼으며, 심하게 채찍질을 당한 멍투성이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살만 루슈디는 이슬람을 모욕하는 소설(악마의 시)을 썼다는 이유로 1989년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옹(翁)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인도 출신의 영국 작가다.

반 고흐는 2일 자전거를 타고 암스테르담 시내 거리를 지나던 중 뒤따라온 무슬림 청년(26)의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모로코와 네덜란드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는 이 청년은 쓰러진 반 고흐를 다시 칼로 찌르고 도망치다가 출동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붙잡혔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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