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드컵, 남은 1년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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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 개막이 만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5월 31일 서울의 개막 경기로 시작될 한.일 월드컵은 일본에서 열릴 결승전까지 31일 동안 지구촌의 눈과 귀가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 집중되는 등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이므로 준비에 한치의 차질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잇따라 개장한 울산.수원.대구의 축구 전용 경기장을 보면 월드컵 성공을 예감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88 서울올림픽을 통해 국가 역량과 시민의식을 과시한 경험이 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올림픽 준비 소홀을 걱정했지만 끝난 뒤 역사상 가장 훌륭한 올림픽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또 올림픽은 시민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한국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대회는 올림픽과 다른 점도 많다. 선수단 규모가 올림픽을 능가하는 데다 한국을 찾아올 외국인이 연인원 50여만명으로 올림픽의 다섯배나 된다는 점이다. 숙박.편의시설 부족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에도 각별하게 신경써야 한다.

지방경찰청 단위로 훌리건 대책팀을 편성, 훈련을 시작했다지만 광기에 가까운 외국 관중들의 돌발 사태 등에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일본과 공동 개최한다는 점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는 월드컵 사상 처음인 데다 두 나라의 모든 것이 한 눈에 비교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어떤 경우에도 '일본에 뒤떨어지는 한국' 이란 평가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 등 모든 분야에서 남은 1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아울러 월드컵이 남의 나라만의 잔치판이 돼서는 안된다. 아직 월드컵에서 1승도 하지 못한 우리 축구가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또 2002 월드컵은 경제난으로 시름하는 우리 국민에게 활력소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표팀은 히딩크 감독을 중심으로 16강 진출 등 한국 축구의 숙원을 이뤄낸다는 각오로 남은 기간 훈련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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