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제성적표 분석] 수출부진 여전히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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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기가 더 이상 가라앉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회복세로 돌아서기 어려우리란 것이 1분기 경제성적표에 대한 종합진단이다. 1분기 우리 경제는 설비투자 감소와 소비 위축에도 불구하고 수출의 선전으로 예상보다 나은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3월부터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최근 소비가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설비투자가 여전히 움츠러든 데다 수출 감소까지 겹치면 2분기에도 본격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회복▶환율 및 유가안정▶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회복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본격적인 경기 호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 부진한 투자가 경기회복 걸림돌=증가율이 낮아져온 설비투자가 급기야 감소세로 돌아서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기업의 투자심리는 쉽사리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자본재와 원자재의 수입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데서 볼 수 있듯 설비투자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내년 대통령선거 등 정치일정을 앞두고 기업들이 중요한 투자결정을 미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건설투자는 지난 3년간의 감소세에서 벗어나 1분기에 1.4% 증가했다.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어 건설투자는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소비는 되살아날까=1분기 중 성장률이 전분기에 비해 0.3%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오히려 1.4% 감소했다. 실제 경기상황보다 소비심리가 더 위축된 것.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외환위기 이후 소비가 경기보다 더 빨리 반응해 소비의 경기에 대한 완충효과가 없어졌다" 고 지적했다.

예전엔 소득이 줄더라도 소비를 한꺼번에 줄이지 않아 소비가 급격한 경기침체를 막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실직 공포를 경험한 뒤 경기침체 기미만 보이면 소비를 급격하게 줄여 오히려 경기 하강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또 주식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증시상황에 따라 소비가 크게 좌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鄭국장은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 기대지수가 높아지고 주가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2분기부터 소비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 의존도 높은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1분기 중 소비와 설비투자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그나마 3.7%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 덕분이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가장 높은 상황이다.

특히 정보통신(IT)산업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1분기 중 70.6%로 지난해 같은 기간(38.8%)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3월부터 수출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어 경기 회복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 3, 4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낸 수출은 5월 들어서도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 미국 경기와 반도체 가격이 변수=전문가들은 앞으로 경기 악화 가능성이 작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경기가 언제 본격적인 회복세로 반전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한은은 2분기부터 소비 등이 회복되면서 경기가 서서히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V자형의 급격한 회복은 아니더라도 2분기에 완만히 상승하다가 하반기부터는 호전되는 U자형 성장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경기저점이 2분기로 생각되나 지난 2, 3월께 이미 바닥을 찍었을 수도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고 우리나라 수출과 투자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아 경기 바닥을 논하기 이르다는 주장도 많다. 또 국내총생산의 17%를 차지하는 반도체 등 정보통신 제품의 가격이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수출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

정철근.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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