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살리자 2부] 10. 충북-오창·오송 과학단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뛰고 또 뛰어야지요. "

충북도청 기업유치팀 마상운(6급)씨는 요즘 몸이 서너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오는 8월이면 서울 여의도 면적의 세배가 넘는 2백85만6천평 규모의 청원군 오창면 오창과학산업단지 조성공사가 5년 만에 마무리되지만 20일 현재 토지 분양률은 5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업유치팀원 5명은 국내 1만여 업체에 홍보물을 보내고 2백여곳에는 직접 찾아가 입주를 권유하고 있다. 馬씨는 "열번 넘게 방문해도 입주 약속을 받기가 쉽지 않지만 이 사업에 지역의 미래가 있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산업. 충북도가 지역 산업구조 개선과 자립 기반 구축을 위해 IT.BT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IT연구와 제품생산, 주거기능을 함께 갖춘 복합형 산업지구인 오창과학산업단지 및 첨단 바이오기술 메카인 오송보건의료과학산업단지(청원군 오송리.1백41만평)조성에 도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는데다 수도권공장총량제 완화가 거론되면서 공장부지 분양이 게걸음을 보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오창단지〓중부고속도로 하남기점 1백㎞지점 하행선 부근의 광활한 오창과학산업단지 개발현장. IT산업과 관련한 모든 기능을 갖춘 5만2천명 수용 규모의 전원형 산업도시를 겨냥하고 있다. 1996년 조성을 시작한 이 단지의 공정률은 96%다. 6천9백여억원이 들어갔다.

이 곳은 수도권과 이웃하고 경부.중부고속도로와 청주국제공항, 철도와 인접한 입지상의 매력 때문에 착공 전 분양상담 면적이 공급을 웃도는 '희망의 땅' 으로 인기를 모았다. 18.5%나 되는 녹지비율도 구미를 자극했다.

충북도는 당초 이 단지에 ▶전자.전기▶정보통신▶정밀기계▶신소재 등 첨단업종을 유치하고, ▶연구단지▶초.중.고교와 대학▶전원주택.아파트▶복지시설 등을 지을 계획이었다. 이러한 도시 건설에 따른 연간 생산액은 3조1천억원, 고용인구는 5만5천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당분간 접어야 할 상황이다. 생산용지(80만평)의 절반이 미분양된 가운데 현재 가동업체는 2개, 공장 신축업체는 14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구용지(24만3천평)와 대학부지(14만평)는 거의 팔리지 않았고 공동주택용지와 상업.업무용지 분양도 극히 저조하다. 다만 단독.전원주택 용지는 모두 팔려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만 부풀려 놓은 실정이다.

◇ 오송단지=청원군 강외면 경부고속철도 차량기지 바로 옆에 있는 1백41만평 넓이의 오송단지는 1997년 정부가 국가공단으로 지정했다. 당초 2백76만평이었으나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내년에 착공, 2006년 마무리한다. 2만2천여명이 상주하는 복합형 미니 신도시이며 식품.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바이오산업이 들어선다.

국립보건원.식품의약품안전청.보건산업진흥원 3개 국가기관의 이전이 확정됐고 91만평 부지(92개사)에 입주 수요가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시행자인 토지공사는 사업착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건설 후 오창단지처럼 분양이 저조할 경우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 대책=산업단지 조성의 성패는 기업유치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오창단지의 경우 분양률이 30% 남짓한 상태에서 외환위기가 닥쳤고, 초기에 32만원이던 평당 분양가도 44만원 선으로 올라 업체들이 외면했다.

이에 따라 충북도는 지난해 기업유치팀을 발족하고 최고 11억원까지 부지 매입자금을 융자해 주는 등 고군분투해 1년동안 13만평(27개사)을 분양했다. 또 토공으로부터 1백20억원에 매입한 3만평을 벤처 임대공단으로 조성해 IT분야 24개사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유인책은 여전히 미흡해 단지가 허허벌판으로 남을 가능성도 크다.

충북도 박경국(朴景國)경제통상국장은 "현재로선 IT업종만을 골라 입주시킬 처지가 안된다" 며 "홍보 이외에 뚜렷한 유치 수단이 없어 안타깝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집중현상이 오창.오송단지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97년 이후 정부가 진입로.용수.폐수처리시설 등을 지원해 분양가 인하에 도움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지방 이전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여전히 미약하다는 것이다.

청주대 조철주(趙喆柱)교수는 "충북은 수도권 정책의 영향권에 있어 지역의 노력만으로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다" 며 "미분양 부지를 임대공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비를 지원하고 노동력 이동을 촉진하는 등의 종합대책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