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개혁적 보수' 양쪽 다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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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요즘 "우리 당의 이념 방향은 개혁적 보수" 라고 강조한다. "보수를 하되 개혁을 해나가는 보수여야 한다" 는 게 그의 설명이다.

李총재는 17일 기자들에게 "개혁을 하지 않는 보수는 썩은 보수며, 안주하는 진보는 시대에 뒤처진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적 보수론' 은 "너무 많은 것을 껴안으려는 의욕과잉" "李총재의 이미지가 선명치 못하다" 는 불만이 보수와 개혁을 자처하는 당내 의원 양쪽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40주년을 맞아 공과(功過)논란이 벌어진 5.16에 대해 李총재가 침묵한 것을 놓고도 "우리 당의 역사인식이 뭐냐" 는 물음이 나온다.

보수를 자임하는 김용갑(金容甲)의원은 이날 "왜 우리 당은 순수한 보수정당이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ykkim.com)와 당 홈페이지(http://www.hannara.or.kr)에 공개질의서를 올리는 형식으로 논란을 촉발시켰다.

金의원은 "국민 신뢰를 잃어버려 표가 떨어지는 '개혁' 을 굳이 보수 앞에 내세워야 하느냐" 면서 "모호한 우리 당의 정체(正體)성 때문에 한나라당에 다음 정권을 맡길 수 있을 것인지 국민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정책위가 발표한 재벌개혁정책 개선론을 놓고 "재벌 옹호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李富榮부총재), "재벌 편중정책" (金元雄의원)이라는 비판이 개혁성향을 강조하는 당내 의원들에게서 제기됐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총재실 관계자는 "차기 대선에서 이념 승부의 갈림길은 보수가 아닌 중도진보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게 李총재의 판단" 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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