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길끄는 초당 합숙토론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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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와 민주당.한나라당의 경제정책팀이 1박2일의 합숙 토론회를 한다고 한다. 당리당략에 이용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철저한 비공개를 다짐했다고 한다.

장소와 날짜가 언론에 노출되자 여야 모두 일정을 재조정하는 걸 보니 흐지부지 하지는 않을 듯하다. 지금 같이 국민이 정치에 넌더리를 내고 있는 때에 그나마 여야에서 이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니 신선하고 반가운 일이다.

토론회에는 여야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정책 관련 인적 자원이 총동원된다는 소식이다. 양당의 정책위 책임자와 전직 경제부총리들, 국회 예결위의 여야 간사들, 정부의 경제부총리와 기획예산처 장관 및 금융감독위원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런 행사는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참석자들의 비중도 중량급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물론 이 자리에서 국가 채무.현대.대우차.추경 문제 등 모든 정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렵겠지만 이견을 좁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만 있다면 어려운 시기의 국민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위로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합숙 토론회가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가 있다. 우선 정부가 모든 자료를 숨김없이 제공하고 경제 실상을 솔직하게 토로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적인 비판과 대안 제시가 가능해진다. 또 여야는 정략을 배제하고 초당적인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사적으로는 관계.재계의 선후배들이니 평소 서로가 처한 입장 때문에 다 못한 속사정까지 털어놓으며 충분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야는 언제든 서로의 입장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런 행사는 요란하게 시작했다가 알맹이 없이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토론회 후에 서로 비난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안하느니만 못한 행사가 될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 토론회를 정례화하든지 해서 조금씩 공감대를 넓혀가다 보면 정치 지도자들이 못한 상생의 정치를 이런 과정을 거쳐 도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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