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신윤호 '8년만의 기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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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하늘아, 새별아, 그리고 효수야. 아빠가 드디어 해냈다. "

지난 8일 현대와의 원정경기에서 데뷔 8년 만에 첫 선발승을 신고한 신윤호(26 · LG)는 이제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다짐한다.

신선수는 1994년 최초의 억대 계약을 맺은 고졸 선수로 LG에 입단했다. 그러나 시속 1백50㎞ 광속구를 뿌려대지만 들쭉날쭉한 제구력 때문에 지난해까지 53경기에 나와 2승(구원승)2패 · 방어율 5.47만을 기록했다. 벌써 방출당하고도 남을 만한 성적이었다.

같은 해 프로에 입문한 주형광(롯데)은 이미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았고, 동기생 김동주(두산) · 김재현(LG)도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로 자라났다.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한 신선수는 훈련을 게을리하고 팀 이탈을 밥먹듯 하는 문제아로 곧 낙인찍혔다. 1, 2군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가운데 '초특급 고졸 기대주' 란 명성은 잊혀져버렸다.

신선수는 지난 겨울 훈련부터 방황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미 네살배기 쌍둥이 하늘.샛별 자매를 둔 신선수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아들 효수를 보며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에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는 신선수는 김성근 수석코치의 특별지도를 자원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직구 스피드를 1백40㎞대로 줄이고 대신 제구력에 신경을 썼다. 단순한 볼 배합에서 벗어나기 위해 슬라이더를 연마했다.

겨울 내내 흘린 땀은 헛되지 않았다. 신선수는 지난달 28일 한화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 5와3분의1이닝 동안 6안타 · 2실점으로 막아냈다. 중간계투진이 무너져 승리를 놓쳤지만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이 나아진 것은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9일 현대의 강타선을 상대로 6이닝 6안타 · 3실점(2자책) · 삼진 6개로 6 - 3 승리를 지켜내며 팀내 토종 투수로서 첫 선발승을 거뒀다.

신선수는 이제 '만년 기대주' 라는 오명을 떼어버리고 붕괴된 LG의 마운드를 지탱해줄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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