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국어과목 뺀 공무원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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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해부터 경찰직 채용시험에서 국어과목을 제외한 행정자치부가 2003년부터는 7급 공무원 시험에서도 국어를 빼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그 다음 단계는 9급 공무원 차례가 될 것이니 앞으로 공직 채용 시험에서는 국어과목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정체 불명의 외국어와 비속어의 범람, 인터넷을 통한 언어체계의 왜곡은 이미 걱정스런 단계를 넘어선 상황이다. 어문 정책을 아무리 강화해도 모자람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직 시험 과목 중 국어를 빼는, 어처구니 없는 입안을 해놓고 있으니 어찌 답답하지 않겠는가.

물론 국제화 시대에는 공무원들도 외국어를 포함해 여러 가지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내 것을 비하하라는 뜻은 아니다. 일제의 가혹한 한국어 말살정책에 맞서 어렵게 지켜낸 우리 말과 글을 정부가 천대해서는 안된다.

한글날을 국경일에서 제외한 우리 정부가 해마다 기념식장에서는 한글의 우수성을 들먹이고, 돌아서면 다시 팽개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성기동.서울 노원구 중계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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