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은 북한을 끌어안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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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시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조성된 남.북 및 북.미 관계의 교착상태가 하루 빨리 해소되기 위해선 미국의 적극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김수환(金壽煥)추기경, 송월주(宋月珠) 전 조계종 총무원장, 강원용(姜元龍)목사를 비롯한 종교계 지도자와 각계 지도급 인사 1백13여명이 서명해 지난 3일 미국에 보낸 '부시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 은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에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국민적 여망을 담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고, 한국의 대북협상 주도권을 인정하고, 북.미 기본합의를 준수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 지도부는 건의서가 매우 완곡한 형태로 지적한 대로 북한 정권의 성격 등 몇몇 문제에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더디게 할 수 있는 발언을 해 남북관계 진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며칠 전 북한을 방문했던 예란 페르손 유럽연합 의장에게 미국의 바로 그런 태도가 남북대화를 사실상 동결한 배경임을 적시한 바 있다.

우리는 북한도 대남.대미 정책에 보다 개방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믿지만 미국도 북한과 합의한 사항의 이행은 물론 북한에 대한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미국은 하루 빨리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고, 북.미 기본합의서의 이행을 위한 대북 미사일 협상 등을 신속하게 재개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도 합치한다는 건의서의 제안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특히 북.미 기본합의에 배치되는 경수로 건설의 화력발전 대체 등과 같은 새로운 갈등요인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미국이 건설적인 대북정책을 확정하고 대북협상에 나서는 것은 물론 북한이 국제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좀더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남북대화가 실효성있게 진행될 것을 담보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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