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화 골프로 민심수습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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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합3당 지도부의 호화 골프모임 보도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들이 과연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서민의 고통을 이해하는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내기상금 1천만원은 농담이라니 접어두더라도 고가의 선물과 최고급 외제양주 등 골프 뒤끝에 이어진 흥청망청 유흥판은 총체적 난국이라는 시국상황과는 너무 동떨어진 모습이다. 이런 지도자들이 어떻게 민심의 향방을 알 수 있을 것인가.

호화 잔치판을 벌인 이튿날 민주당은 최고위원 워크숍을 열고 '민심이반' 에 따른 반성들을 토해냈다. 개혁이 장기화하는데 따른 피로감이 지적되고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개혁을 매듭지을 때라는 견해들이 제시됐다.

대통령이 국정난맥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쓴소리에다 정국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작전타임론까지 개진된 걸 보면 민심의 소재를 전혀 모르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러나 호화 골프잔치에서 비춰진 것처럼 말과 행동이 따로 노니 그같은 자성(自省)이 설득력이 떨어지고 빛이 바래는 것이다.

골프모임 자체를 탓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정치지도자들의 민심을 외면한 호화판 행태다. 지금 경제는 기로에 서있다. 거듭된 정책난조에 수출마저 줄어들고 실업자가 1백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신용불량자는 3백만명을 기록하며 서민의 고통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도자라면 겉으로나마 근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골프를 치며 화합을 도모하고 국산술로 목을 축이며 상생과 포용의 정치를 나누는 자리라면 뒷말이 나올 리 없다. 그렇게 값비싼 선물이 꼭 필요한 건지 이해가 안되고 내기상금이 1천만원이니, 5백만원이니 떠드는 자체에서 국민의 위화감이 쌓이고 적개심이 싹튼다.

몇몇 인사는 1주일에도 몇차례씩 골프모임을 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오만한 행태로 일관하며 말로는 민심 운운하니 누가 정치지도자를 믿고 따르겠는가. 이런 정치지도자들이 민심과 정치를 논한다는 자체가 난센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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