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박정상-양재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살기 감도는 강수 白44

제2보 (20~44)=백△의 두칸 모자에 흑▲의 날일자 비킴. 둘 다 희귀하고 범상치 않은 행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누구의 칼이 더 매서웠을까.

梁9단은 25의 호구로 부푸는 모습이 좋아 흑이 리드한 국면이라고 말한다.

사실 제대로 된 흐름이라면 24로는 '참고도' 백1에 둘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변을 죽죽 밀어 실리를 내준 마당에 이곳 중앙의 요소요, 형태의 급소인 백1의 곳을 둘 수 없다면 억울한 노릇이니 말이다.

그러나 백1엔 흑2가 준엄하다. 이 한 점이 포위되면 실리가 너무 손해라서 제 아무리 요소를 차지해도 소용없다. 朴초단이 24에서 근 20분이나 장고를 거듭한 것도 이런 사연이 담겨 있다.

아무튼 25는 기분좋다. 덤벼오던 백의 물줄기를 이 한 수로 잠재운 느낌이다. 하지만 朴초단의 칼을 품은 듯 날카롭고 독창적인 구상은 쉬임없이 이어진다.

우선 28부터 42까지 대사백변(大斜百變)의 정석을 유도해 흑 석점을 공중에 띄운다. 그다음 44로 양쪽 흑의 중간 어림을 쓱 갈라온다. 은은히 살기가 감도는 강수다.

이 와중에서 朴초단은 시간을 물쓰듯 하고 있다. 梁9단도 장고파 계열이지만 朴초단의 끈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28이 18분, 38은 19분, 42는 13분. 정작 결단을 내린 44는 50초. 프로들은 항시 결단 직전이 아니라 결단을 내리기 한 수 전에 장고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