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이희성-조훈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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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李3단 부분 치우치다 큰 그림 놓쳐

총 보 (1~217)=조훈현9단의 기세가 무섭다.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으로부터 국수위를 탈환하고 일본의 후지쓰배에서 8강에 오르더니 중국의 춘란배에서도 4강에 진입했다. 올해 들어 16승6패.

승률은 73%로 발군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길 바둑만큼은 반드시 이기고 있는 것이 놀랍다. 그의 6패 중 4패는 이창호9단에게 당한 것이다.

말하자면 가장 괴로운 상대라고 할 수 있는 이창호9단이 숨을 죽이고 있어 조9단이 더욱 힘을 내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판에서도 신예 강호 이희성3단의 예봉이 만만치 않았으나 曺9단은 초반과 중반, 두번의 고비를 극복한 뒤로는 대체적으로 완승이라고 할 만한 바둑을 엮어냈다.

초반 35는 무리수여서 36, 38을 당해서는 괴로운 국면이 됐다. 43까지의 바꿔치기는 백이 좋다. 李3단은 여기서 '참고도' 처럼 두지 못한 것을 몹시 후회했는데 사실 '참고도' 라면 흑은 매우 피곤했다.

44부터 즉시 수를 낸 것이 소탐대실(小貪大失)이었다. 몇 점이 살아는 갔으나 흑의 나쁜 뒷맛이 깨끗이 해소됐고 무엇보다 61의 요소를 밀린 것이 아팠다.

曺9단은 59의 묘책과 61의 번득이는 감각으로 단번에 대세를 장악했고 이후 우상 접전에서도 한때 어려운 고비를 맞이했지만 113 등 날카로운 '잽' 으로 李3단을 밀어붙여 승세를 굳혔다.

李3단은 수읽기가 좋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기질을 지녔으나 이 판에선 대세보다 부분에 치우쳐 아까운 바둑을 놓쳤다. 217수 끝, 흑 불계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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