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D대처, 외교력 발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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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일 대선공약인 미사일방어(MD)체제의 구축을 재천명, 외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우려와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아직은 구상단계지만 부시 대통령의 MD 추진은 세계적 안보체제를 재편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국제적인 알력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그 와중에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못할 곤고(困苦)한 처지에 빠지게 된 한국은 주도면밀한 외교적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

미국으로선 냉전종식 이후에 조성된 국제기류에 대응해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으로 MD체제의 구축이 국가방위 및 세계 전략에 긴요할 수 있을 것이다.

초강대국간의 대결상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상황에서 "오늘날의 위협은 테러와 협박으로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일부 국가의 미사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는 부시의 지적대로 이른바 불량국가들의 '불장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이 MD를 추진, 우방까지 보호해 주겠다는 '선의' 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할 나라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그 추진이 몰고 올 파생적 문제가 득보다 실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 내외의 반대여론이 높은 것 또한 현실이다.

우선 MD 추진의 전제는 기존의 국제안보체제의 틀을 허문다는 점이다. 부시가 지적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의 폐기나 대폭 후퇴가 그것인데, 러시아와 유럽 여러 나라들이 반대하고 있고, 중국도 반대하고 있다.

이런 차원과 연관된 두번째 문제로 미국이 MD를 추진하면 전세계적인 군비확산경쟁이 유발될 것이라는 우려다. 전쟁억지력을 높이자는 취지의 전략이 미국과는 잠재적인 경쟁상태의 강대국들은 물론 테러지원국가들마저 군비확산 경쟁에 나서도록 유도할 개연성이 크다.

미국이 아직 MD와 관련한 기술적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가운데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이를 추진해도 가상적국 또는 테러지원국들이 군비경쟁에 나선다면 결국 미국은 또다른 값비싼 안보체제를 재구축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처지는 딱하기만 하다. 미국은 북한을 여전히 테러지원국으로 묶었고, 미사일 수출국인 북한이 MD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어제 부시의 전화를 받고 MD추진에 '이해' 한다는 기존의 중립적 입장을 전달한 것은 우리의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인 것이다. 우리는 혈맹인 미국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고, 북한은 물론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의 이같은 특수 상황을 다음주에 방한하는 미국 고위관리들에게 면밀하게 설명, 이해를 얻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 한.러 정상회담에서 보인 'ABM 보존.강화' 와 같은 외교적 실수를 재연해서는 안된다.

특히 미국이 대북 포용정책을 다시 정립, 북한을 국제사회의 선량한 이웃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MD체제 구축보다 훨씬 돈이 덜 들고 평화체제를 한반도에 항구적으로 구축하는 길이라는 점을 정부는 미국 요로에 충분히 설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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