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손총리 방북표정] 첫 서방 정상… 北 신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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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란 페르손 총리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첫 만남은 2일 오후 金위원장이 유럽연합(EU)대표단의 숙소인 평양 백화원 영빈관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인민복 차림의 金위원장은 의전서기인 전희정의 안내로 영빈관 접견실에서 페르손 총리와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크리스토퍼 패튼 EU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 등 방북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두 정상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15분간 평양 도착 소감과 3일 정상회담에서 나눌 의제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앞서 페르손 총리 일행은 오전 11시15분 스웨덴 국적 특별기(SVF24)등 두 대의 항공기를 이용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흰색 전세기의 문이 열리고 페르손 총리가 트랩을 내려서자 공항에 영접나온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이 맞았으며, 한복 차림의 여성 등 8백여명의 평양 시민이 환호했다.

다소 무거운 표정이었던 페르손 총리는 색동저고리에 붉은 머플러를 한 최수향(9.문신인민학교)양이 꽃다발을 안겨주자 웃음을 띠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북한은 공항의전 행사에 황헌 대좌가 이끄는 육해공군 명예위병대를 선보였으며, 군악대는 북한.EU 국가와 베토벤의 '환희의 찬가' 등을 연주했다.

리무진을 타고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하던 EU 대표단은 낮 12시쯤 만수대 김일성동상에 들러 헌화했다.

○…북한은 첫 서방 정상을 손님으로 맞는다는 점 때문인지 의전과 숙소 등 준비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

그러나 페르손 총리의 공항 도착 때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영접나온 것은 의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EU가 쌀.쇠고기 등 대북 식량지원에 적극적인 데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따라 발생한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외교적 돌파구' 를 마련해주고 있어 金위원장이 직접 공항영접을 나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북측은 또한 페르손 총리의 방북 기간 중 과거 사회주의권 맹방들에 대해 친선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펼치던 환영집회도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이 다소 의전을 '격하' 시킨 것은 EU가 서방권임을 명확히 하기 때문이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측은 특수관계인 남측을 제외하곤 방북한 정상에게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참배를 요청했으나 페르손 총리에게는 단지 김일성 주석 동상에 헌화하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평양=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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