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 비방' 어떻게 막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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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터넷 상에 떠 있는 명예훼손 글에 대해 삭제요청을 받고도 이를 방치한 PC통신 사업자에게 1백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PC통신사가 피해자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다른 이용자나 제3자의 명예를 손상하는 글' 에 해당하므로 시정해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5~6개월간 삭제하지 않아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정보화 사회는 현대인에게 싫든 좋든 두개의 세상에서 동시에 살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사회를 살아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존엄성을 서로 지켜주는 일이다.

근래 들어 인터넷 게시판에 심한 욕설을 올리는 것은 줄어들고 있으나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을 지나치게 모욕한다든지, 특정인에 대한 거짓정보를 올리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운영자가 비방 글에 대해 일일이 책임져야 한다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이를 우려한 운영자가 게시물 관리 차원에서 삭제를 남발해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개인의 존엄이 누구에 의해서도 침해당해서는 안되듯 가상공간의 세계에서도 개인의 존엄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특히 가상공간에서는 익명의 존재로 자유로운 견해를 표출하면서 동시에 무책임한 비방을 남발할 위험성도 크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 운영자 및 개인 명예를 보호하는 3박자를 구비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사이버 상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재판은 반드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소송을 제기하도록 함으로써 운영자가 심의결과를 반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보장하는 한편, 운영자는 각 게시판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과 윤리위원회 피해신고 절차를 알려줄 것을 의무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리라고 본다.

근본적으로는 컴퓨터 활용 기능습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사이버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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