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라보엠' 브로드웨이 데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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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이 내년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한다. 초연 1백주년을 맞아 이 작품을 록오페라 '렌트' (1996)로 개작했던 프로듀서 제프리 셀러스와 케빈 매칼럼이 이번엔 오리지널 오페라로 젊은 층을 공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라보엠' 은 84년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인 뉴욕 셰익스피어 페스트 퍼블릭 시어터에서 상연됐으나(팝가수 린다 론스태드가 미미 역으로 출연했다) 브로드웨이에선 이번이 데뷔 무대다.

'라보엠' 이 '카르멘' '아이다' '라 트라비아타' 와 함께 오페라 흥행의 보증 수표로 자리잡았지만, 브로드웨이에선 대관료.제작비.홍보비가 비싼 데다 평소보다 오페라 상연 일수를 길게 잡아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무대 연출은 호주 출신의 영화감독 바즈 루만이 맡았다. 셀러스와 매칼럼은 93년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 루만 감독이 연출한 '라보엠' 을 보고 일찌감치 그를 적격자로 점찍은 것. 당시 이 작품은 1830년대에서 1950년대로 시대적 배경을 옮겨 대성공을 거두었다.

루만 감독은 펑크풍의 의상으로 바꾼 '로미오와 줄리엣'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다음달 칸 영화제에서 개봉될 '물랑 루주' (니콜 키드먼.이완 맥그리거 주연)에서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진은 '고전' 을 참신하게 재해석해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는 루만의 흡인력을 높이 샀다.

뉴욕 이스트빌리지 빈민가에서 에이즈와 싸우면서 예술혼을 불태우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렌트' 와는 달리, '라보엠' 에서는 뮤지컬 가수 대신 전문 성악가를 주역으로 캐스팅할 계획이다. 제작진은 뉴욕에서 발행되는 월간지 '오페라 뉴스' 4월호에 오디션 광고를 게재했다.

'라보엠' 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뉴욕 시티오페라.뉴욕 주립 오페라 등이 매년 무대에 올리는 단골 레퍼토리여서 이들과 정면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 하지만 제작진은 새로운 버전으로, 오페라 공연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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