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장장 시설 반대만 할 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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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내 첫 화장장 후보지로 선정된 13개 지역 구민들의 반발이 거세 서울시의 건립 계획에 차질마저 예상되고 있다. 당초 서울시는 지난달 말까지 이 가운데 한 곳을 선정한 뒤 2004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관할 자치단체는 물론 시.구 의원들까지 반대운동에 가세하자 후보지 선정을 미뤘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분진 등 환경오염과 자연훼손이다. 주민들은 또 집회 등을 통해 교통난 및 지가 하락 등을 걱정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에서 납골장 부지 선정을 위임받은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측은 "최신 화장 시설에선 1, 2차 연소를 거치고 먼지는 집진기 등 설비를 이용해 모으기 때문에 대기 오염 염려가 없다" 는 입장이다. 연료 역시 과거의 중유 대신 도시가스를 사용하므로 연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민들의 우려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혐오시설이 우리 동네에 들어와선 안 된다는 '님비(NIMBY)' 현상을 언제까지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최근 들어 국민의식 변화로 화장 수요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 벽제 화장장은 이미 한계 용량에 이르렀으며 벽제.용미리 납골당도 내년 말이면 포화상태가 된다.

더구나 개정된 장묘 관계법은 각 자치단체가 원칙적으로 납골당 설립을 자체 해결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5만여평의 부지에 20기 규모의 화장로와 납골묘 5만위, 종교별 장례식장을 갖춘 추모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시 구청들과 시.구의원들이 주민들 설득에 나서기는커녕 표(票)를 의식한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부터 자치단체별로 수년간 설득을 벌인 끝에 요즘 와선 주택가 주변까지 화장장이 자리잡게 됐지만 이를 반대하는 소리는 없다.

이제 자치단체.지방의원들이 주민 설득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주민들도 무턱대고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설립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피해를 막을 현실성 있는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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