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정찰기 사건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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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에 억류 중이던 미 정찰기 승무원 24명이 어제 전원 풀려남으로써 '공중충돌' 로 야기된 미.중간 외교분쟁이 극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외교적 타협으로 대결을 피한 것은 두 당사국은 물론이고 미.중 갈등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는 우리로서도 다행스런 일이다.

물론 본격적 협상은 이제부터다. 사고원인 규명과 기체 반환, 유사사건 재발 방지방안 등을 놓고 한바탕 뜨거운 설전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달 말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라는 미묘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중국의 극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지스급 구축함 4척을 판매 목록에 포함시킬 경우 미.중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또 오는 18일에는 미국이 주도한 '중국 인권 결의안' 이 유엔 인권위원회에 상정된다. 2008년 여름 올림픽의 베이징(北京) 유치 지지 요구에 대한 미국의 공식입장도 주목거리다. 이처럼 산적한 갈등 요인은 정찰기 사고의 긴장 해소에도 불구하고 미.중 관계의 순항을 낙관키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 '공중충돌' 분쟁 처리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은 서로 한발짝씩 양보함으로써 체면을 잃지 않고 결과적으로 '윈.윈' 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만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사건 발생 초기의 강경한 입장을 계속 밀고 나갔더라면 양국 관계는 파국적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키는 타협적 온건주의로 돌아섬으로써 부시는 외교시험의 1차 관문을 그나마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힘의 외교' 를 내세운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일방주의를 세계는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구축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고, 중국을 경쟁자로 보고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대화보다는 힘을 앞세울 기세다.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둔 일방주의 외교에는 한계가 있다. 때로는 양보와 타협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이번 사태에서 부시 대통령이 얻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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