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씻어주는 청풍명월의 고장 … 느림과 여유를 만끽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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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를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이라고 부른다. 글자 그대로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의미다. 청풍명월은 인간의 마음을 씻어주고 어둠을 밝혀 중심이 뚜렷하고 흔들림 없이 결백한 충청도를 대표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충청도는 청풍명월의 의미에 걸맞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다. 비단같이 아름답다고 해서 금강(錦江), 한반도 4대 명산에 드는 계룡산(공주), 경치가 뛰어나고 물이 맑기로 소문난 청풍호수(충북 제천) 등이 대표적이다.

충청도는 먹을 것이 많고 자연재해가 적어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땅이다. 농촌과 개펄에 남아 전해오는 민속문화는 모듬살이의 지혜, 곰삭은 이야기와 숨소리를 느끼게 해주는 숨겨진 한국의 문화자원이다.

충북 단양군 매포읍의 도담삼봉(명승 제44호). 단양 팔경의 하나로 남한강 상류에 3개의 기암으로 이뤄졌다. 3개 봉우리는 모두 남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가운데 가장 큰 봉우리(높이 6m) 허리쯤에 자리잡은 정자는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포토]

오랜 세월 동안 금강은 서해와 만나서 충청의 역사와 문화를 만들었다. 이는 온화하고 원만한 충청인의 품성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백제문화로 대표되는 오랜 문화전통, 선비정신, 양반문화도 충청의 상징이다.

‘2010 충청방문의 해’를 맞아 충청을 찾는 손님들은 이 같은 청풍명월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관광상품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미 충남에서는 충청도의 대표 이미지인 ‘느림과 여유’를 테마로 한 관광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대표 상품으로는 ▶거북이 투어 ▶충남 옛이야기 투어 ▶탤런트·학자 등 명사와 함께하는 고향여행 등이 있다. 거북이 투어는 서산의 해미읍성, 서천의 신성리 갈대밭 등 5∼10㎞의 걷기 코스를 체험하는 것이다. 충남 옛 이야기 투어는 신혼여행지, 수학여행지, 장터 등을 문화해설사와 돌아보는 것이다.

충청의 문화자원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백제 왕도인 공주·부여 일대에 퍼져 있는 백제문화다. 이 지역 금강유역에는 선사시대부터 수준 높은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그 터전 위에서 백제 문화가 꽃을 피운 것이다.

다소 촌티 나는 토기,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은 기와무늬, 근엄함보다는 소박한 멋이 있는 불상의 미소, 목조건물을 연상케 하는 백제 탑의 기법과 절제된 단순미가 돋보인다.

공주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유물과 부여 고분에서 출토된 금동대향로(국보 287호)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문화예술의 수준도 모두 충청도의 자연조건을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다.

충청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용어는 ‘양반’과 ‘충절’이다. 불사이군의 충절을 실천한 인물, 도덕과 실천의 지성사적 전통을 이어나간 수많은 가문과 인물이 많다. ‘충청방문의 해’를 맞아 충청도를 찾아 민족을 지켜온 버팀목 역할을 해온 충청도의 정신문화를 느껴보자.

이해준 공주대 교수

▶공주사대 역사학과 졸업

▶공주대 박물관장

▶충남역사문화연구소장

▶저서 『조선시기 촌락사회사』,

『지역사와 지역문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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