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외환시장 직접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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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보유 외환을 사용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은 이재욱 부총재보는 5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달 들어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당 1백25엔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원화 가치는 비정상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며 "시장의 과민 반응이 원화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행동으로 대응하겠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고위 관계자는 "한은이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며, 직접 개입이란 한은이 보유한 외환을 동원한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그동안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원화 가치 하락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 개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李부총재보는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경우 수출 증가보다 수입 가격을 올려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고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며 "정부와 한은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고 밝혔다.

그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가 안정돼 있고 3월 말 외환보유액도 9백44억달러에 이르므로 대외적인 충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며 "엔화 약세 같은 국제 기조를 돌릴 수는 없겠지만 우리 시장이 지나치게 요동치는 것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외환거래 관계자들은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만큼 정부와 한은의 의지 표명에 따라 원화 가치가 단기적으로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전제한 뒤 "엔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 원화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고 주장했다.

김원배.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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