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50년만에 훈장주는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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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그 당시 전공(戰功)을 세운 무명 용사들이 수없이 많은데 우리만 살아서 훈장을 받게 되니 옛 전우들에게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 그지 없습니다. "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당시 원주.횡성지구 전투에 참전한 지 반세기 만에 화랑무공 훈장을 받은 이기수(李基壽.71.경기도 의정부).박수범(朴壽範.71.서울 중랑구).최봉엽(崔鳳燁.69.서울 서대문구)씨 등 3명의 노병들은 수훈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30분 강원도 원주에 있는 보병 제36사단 연병장에서 열린 '원주.횡성지구 전투 50주년 기념' 행사장.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이곳에는 행사를 주관한 사단장과 이 지역 참전용사 3백여명, 원주시장과 횡성군수 등 기관장, 참전 유가족 및 지역주민 등 1천5백여명이 참석해 모처럼 민.군이 하나 되는 가슴 뿌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한국군 최초의 육군 대장으로 합참의장.육참총장.1군 사령관 등을 지낸 백선엽(白善燁) '6.25 50주년 기념사업 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는 훈장 수여식과 ▶전투경과 보고▶열병▶특전용사 10명의 고공강하 시범▶UH-60 헬기와 전투기가 동원된 경축비행 등으로 약 90분간 진행됐다.

기념사에서 박영하(朴永夏.3사1기.소장)사단장은 "6.25를 잊으면 6.25가 다시 올 수 있다" 면서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용서는 하되 결코 잊지는 말자" 고 강조했다.

백발이 성성한 참전용사들은 장비들을 만져보면서 "그 당시 우리가 가진 무기라곤 소총 한자루가 고작이었는데…그때 이런 장비 하나만 있었더라도 그토록 피를 흘리지는 않았을 것" 이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6.25 참전전우회 김진국(金鎭國.73) 원주지역 회장은 "하지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후손들에게 전쟁만은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 고 말했다.

사단 강당에 마련된 오찬장에서 참석자들은 "국가가 50년 전의 전공자들을 찾아내 훈장을 준 것도 감사할 일이지만 이런 행사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잊혀진 과거를 일깨워 준 것은 더 큰 의미가 있다" 고 입을 모았다.

김준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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