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해 역행하는 北군사력 증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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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토머스 슈워츠 한미연합사령관이 그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북한의 위협이 지난해보다 더욱 심각하다" 고 증언한 점은 여러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선 긴장완화 추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우리 정부의 시각과 달리 미국측은 북한 위협 상존론을 펴고 있고, 우리 국방당국도 북한군의 전력증강 사실을 시인해 여간 헷갈리지 않는다. 슈워츠 사령관의 증언 배경과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지, 우리 정부 내의 대북인식엔 엇갈림이 없는지 궁금증은 증폭된다.

슈워츠 사령관의 발언은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군사위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비한 의도적 강성 발언으로 볼 개연성도 있다. 그러나 그가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변하고 있고 위협이 없다는 일부 주장에 현지 군사령관으로서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우리 정부의 대북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런 기조가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에 밑거름이 되고 있음은 최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북한의 위협은)더 크고 훨씬 더할 뿐만 아니라 더 가까워지고 치명적이며 집요하다" 고 강조하고 특히 불안정한 시기의 위험은 예측할 수 없다는 슈워츠 사령관의 발언은 한치의 실수도 허용될 수 없는 안보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안보에 가장 큰 위험요소인 북한이 화해.협력정책을 추구하는 다른 한편으로 화력과 기동력이 뛰어난 기계화여단 2개를 전방에 전진 배치하고, 실전훈련을 대폭 늘리는 등 전쟁준비 태세를 강화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도 예의 검토할 사안이다.

북한의 군사적 긴장 조성은 남북 화해의 기조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하겠다는 북의 대미정책과도 배치되고 결과적으로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성으로 유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만약 정부가 이를 알면서도 화해.협력정책의 걸림돌이 안 되도록 조용하게 처리하고, 심지어 을지훈련조차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것은 아닌지 정부는 이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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