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뉴욕 타임스 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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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만남은 의례적인 것 이상이 될 것이다.

金대통령은 북한과의 긴장완화를 위해 헌신해왔다. 그의 노력이 최종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동안 남북관계는 상당한 진전을 보여왔다. 그러나 만약 부시 행정부가 金대통령에게 그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신시켜주지 않는다면 남북한의 군사적 대립을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다.

3만7천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는 것은 미국의 큰 이해가 걸린 문제다.

정부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생산.판매 중단 협상에 임하려는 의지가 분명한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가을 클린턴 행정부는 그런 합의를 거의 이끌어냈다고 믿었다.

그러나 협상은 장기간 지속된 대통령선거 재검표 사태로 지연됐고, 이후 부시가 클린턴의 평양 방문에 반대해 진척되지 못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완화하고 무기 개발을 억제하는 데 적절한 조치들을 취했다.

1994년 북한에 핵발전소를 지어주는 대가로 플루토늄 재처리를 중지한다는 합의를 얻어냈고 5년 뒤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중단한다는 데는 합의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金正日)은 식량과 연료를 제공받고 인공위성을 대신 쏘아준다면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아직 확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에 관한 예측은 어렵다. 하지만 냉전의 마지막 전선에서 긴장을 한층 완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지금 생겨날 수도 있다. 부시 대통령과 金대통령은 이 기회를 잡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정리〓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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