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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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는 부시 미 대통령 외교정책의 첫번째 중요한 시험대다. 金대통령은 빌 클린턴 행정부가 쌓아놓은 대(對)북한 유화정책을 부시 대통령이 이어가도록 설득한다는 희망을 갖고 미국을 찾았다.

유화정책은 종종 세력이 약화되는 적에게는 효과적이다. 지금 북한의 처지가 그렇다는 것이 클린턴과 金대통령의 기본논리였다. 두 사람은 식량지원이나 외교적 유인책 등으로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통일을 사려고 했다. 그러나 유화책들 가운데 일부는 한.미 양국의 안보를 불안케 했다.

클린턴 임기 말에 북한이 위성발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추진했던 미사일 협상이 그랬는데, 金대통령은 이번에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 미사일 협상을 재개하자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부시 대통령이 그 요청을 거부하길 바란다.

미국이 국가미사일방위(NMD)망을 구축하려는 이유 가운데에는 한국 같은 동맹국의 보호도 있다. 金대통령은 냉전시대의 유물인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이 NMD구축에 주요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국 내에도 金대통령의 유화책에 대해 이견이 있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맺은 경수로 협상도 마찬가지다.

당시 북한은 두 개의 경수로를 지원받는 대가로 핵개발 계획 포기에 동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행을 거부해 지금은 교착상태다. 우리는 경수로가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경수로 문제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은 먼저 북한이 최소한 핵관련 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을 허용하는 등 기존의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경수로 협상 문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열악한 전력기술 수준 역시 핵시설을 안전하게 다루기에는 역부족이다. 국경을 개방하기보다는 국민이 굶어 죽어가는 걸 바라만 보는 정권에 더이상 플루토늄을 줄 수는 없다.

정리〓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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