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차시장 ‘리콜 쓰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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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세계 자동차 시장에 ‘리콜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 일본 3위 자동차 메이커인 닛산도 추가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 도요타 차에 대한 불안과 불만은 계속 커지고 있고, 제너럴 모터스(GM)는 미국 내 월간 자동차 판매량에서 12년 만에 포드에 뒤지는 수모를 당했다.

닛산은 3일 브레이크 페달과 연료계에 결함이 있는 차량 54만 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는 차량은 2008~2010년 판매된 인피니티QX56, 타이탄 픽업트럭, 아마다, 퀘스트 미니밴 등이다.

이 차량들은 브레이크 페달 부분의 고정 핀이 느슨해지면서 원하는 대로 감속이 안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005~2009년형 인피니티QX56·아마다·타이탄 등은 연료계가 연료통이 빈 것을 제대로 표시하지 못할 수 있다.

닛산 측은 “이번 리콜은 전적으로 자발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리콜 사유와 관련된 사고는 아직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닛산은 지난달에도 전기선 불량으로 10개 모델 7만9000대를 리콜했다.

도요타는 세 번째 미국 의회 청문회를 치렀다. 그러나 문제는 점점 꼬여가는 모양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리콜 수리를 받은 도요타 차에서도 급발진 사례가 발생해 미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가 접수된 차종은 2007년·2010년형 캠리와 2008년·2009년형 매트릭스다. 올리비아 알레어 미 교통부 대변인은 “접수된 불만사항을 조사 중이며 아직 사고원인 등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런 사례가 계속 늘어나게 되면 도요타 차의 전자제어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2일 상원 상업과학위원회 청문회에서 도요타의 우치야마다 다케시(內山田竹志) 기술 담당 부사장은 “전자제어장치(ETCS)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문회에서는 도요타 내부에서 이미 2006년부터 품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도요타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존 록펠러 상원 상무위원장은 이런 내용의 도요타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품질로 유명했던 도요타가 점점 안전성이 떨어지는 차량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요타는 위기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요타 경영진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유럽 고객을 상대로 또 한번 사과했다. 안드레아 포미카 도요타 유럽 부사장은 “고객들이 겪은 모든 불편에 대해 사과한다” 고 말했다.

전날 130만 대를 리콜한다고 밝힌 GM도 사정이 좋지 않다. GM은 "이번 리콜은 도요타가 지분을 소유한 부품업체 때문”이라며 도요타 탓을 은근히 했다. 지난달 GM은 미국에서 총 14만1951대의 차량을 판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포드 판매량은 14만2285대로 GM보다 많았다. 12년 만의 역전이다. 포드의 판매량은 1년 새 43% 증가했다. 도요타 차는 10만27대 팔려 지난해 2월에 비해 판매량이 8.7% 줄었다. 대표 차종인 캠리 중형 세단은 판매 감소율이 20%에 달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앞으로 급발진 사고를 막기 위해 모든 차량에 이중 제동장치를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에 동시에 힘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제동되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이다.  

김영훈·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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