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야마다 기미오-유창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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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아차 하는 사이 대세는 뒤집히고…

제7보(94~110)=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공격바둑.중앙바둑은 이 선택이 너무 고차원적이고 난해하며 위험하다.

초반 전투에서 성공한 야마다8단이 집바둑이란 편한 코스를 놔두고 왜 이같은 험로로 들어섰는지는 진정 불가사의한 일이다.

야마다8단은 공격이 안된다는 사실에 가슴을 치며 부득이 94로 중앙을 에워싸려 한다. 하지만 95가 놓이니 A의 끼움수가 있어 96 수비가 불가피하다. 劉9단은 이 틈에 97에 두어 흑은 연결시키고 백은 차단한다. 거대한 멧돌을 돌리듯 그는 막 바둑의 흐름을 비틀어 돌리고 있다. 굉장한 힘이다.

100, 102는 기민한 수순. 야마다의 저항도 끈질기다. 그러나 야마다는 곧 104로 물러서고 있다. 이때가 이 판의 클라이맥스였다. 104는 당연해 보인다.

프로는 결코 이런 곳을 선수당하는 법은 없으니까. 그러나 이것이 프로의 맹점이었고 야마다는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졌다. 다시 말하거니와 세상에 결코 안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지금은 '참고도' 백1로 지켜야했다. 흑2에는 3부터 7까지. 이건 백승이다. 그렇다면 흑도 머리를 쥐어짜내 2가 아닌 다른 비상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실전은 劉9단이 105라는 요충을 차지하면서 대세는 기어이 뒤집히고 말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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