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배당 2년 만에 … 규모는 예년보다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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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은행들이 지난해 쉬다시피 했던 배당을 올해 재개했다. 최근 주가가 신통찮아 고민이었던 은행주 투자자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배당금 수준은 예전만 못하다.

2일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2009 회계연도의 배당을 주당 1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건너뛰었던 배당을 다시 하는 것이다. 앞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도 각각 올해 주당 400원과 230원씩 주주에게 배당키로 이사회에서 정했다. 두 회사 역시 지난해엔 보통주 배당을 하지 않았다.

외환은행은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125원)의 네 배가 넘는 510원으로 올렸다. 조만간 이사회에서 배당금을 정할 예정인 기업은행과 하나금융지주도 배당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은행권의 배당은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대폭 줄거나 중단됐다. 은행의 순이익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정부가 배당 자제를 권고한 게 이유였다. 건전성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자본을 충분히 해 놓으라는 주문이었다. 올해 은행이 배당을 하게 된 건 금융위기의 충격이 줄어든 데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자본 적정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주주 이익을 생각할 때 2년 연속 배당을 건너뛰긴 어렵다는 점도 배당을 결정한 배경이 됐다.

하지만 배당금이 크지 않아 ‘생색 내기’ 수준이란 지적도 나온다. 2007 회계연도와 비교하면 배당금 액수는 대부분 절반에 못 미친다. 시가배당률(현재 주가 대비 주당 배당금 비율)도 외환은행을 제외하곤 1% 미만이다. 코스피 시장 주요 상장사의 평균 시가배당률이 2%대 초반인 것과 비교하면 배당면에서 매력은 크게 떨어진다.


배당 규모가 작은 건 지난해 실적이 별로 안 좋았던 탓이 가장 크다. 금융지주의 경우 우리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3개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2008년보다 36~71% 줄어들었다. 그나마 실적이 양호한 우리금융지주도 2007년 순이익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동양종금증권 이현주 연구원은 “지난해엔 금융위기 충격이 워낙 컸던 데다 금융지주사들이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다 보니 배당할 여력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분위기도 배당에 썩 호의적이지 않다. KB투자증권 전재곤 수석연구원은 “자본 적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당금을 세게 돌려주기가 만만찮다”며 “특히 지난해 증자를 실시한 은행의 경우 배당금을 많이 주면 일관성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등 금융권 재편에 대비하다 보니 배당에 소극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리은행 민영화의 밑그림이 상반기 안으로 나올 예정인 데다 론스타도 외환은행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히고 있다. M&A가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중심에 있는 은행과 금융지주사는 현금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아직 배당금을 정하지 못한 은행들 역시 “배당을 하긴 하겠지만 예전만큼은 아닐 것”이란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2007년은 은행 실적이 정점이었던 때여서 은행 배당금이 그때 수준으로 회복하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이 배당을 많이 한다는 것도 옛말”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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