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시행령 위반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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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충남 천안시는 지난해 성환하수종말처리장 건설공사를 조달청을 통하지 않고 자체 발주했다. 입찰 참가자격을 사전심사(PQ)해야 하는 이 공사의 낙찰금액은 3백62억원.

조달청은 "1백억원 이상의 대형공사 중 전문적인 발주기법이 요구되는 PQ 대상 공사 등은 반드시 조달청을 통해 발주하도록 의무화한 현행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위반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드시 조달청에 발주하도록 의무화된 건설공사의 상당수를 직접 발주하고 있다.

20일 조달청에 따르면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기초단체 포함)가 지난해 시행한 1백억원 이상 공사 1백38건(4조7천41억원) 가운데 53.6%(금액기준 41.8%)인 74건(1조9천6백57억원)이 조달청을 건너뛰고 직접 발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달청은 이 가운데 31건(6천17억원)은 조달청 발주를 의무화하고 있는 PQ 대상 공사나 설계.시공 일괄입찰(Turn-Key)공사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술력과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시는 주요 공사를 1백% 조달청에 발주했다. 조달청이 지난해 지자체로부터 의뢰받은 공사 총액(2조7천3백84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1조1천5백95원이 서울시가 의뢰한 공사다.

이와는 달리 대전시와 충남.충북 등 일부 지자체는 대형 공사를 모두 자체 발주했으며, 경기도의 경우 7건은 조달청에 발주했으나 15건은 자체 발주해 조달청 발주비율이 32.8%에 머물렀다.

조달청 관계자는 "지자체는 공사원가 계산이나 설계 검토에 있어 조달청보다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자체가 직접 발주하면 예산이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 며 "발주 과정에서 투명성이 결여되고 행정력이 낭비될 우려도 있다" 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지자체의 법규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감사원에 통보해 시정조치하는 한편▶국고보조금 교부시 사업예산 절감 실적 등을 반영토록 관계기관에 건의하고▶1백억원 이상 대형공사는 모두 조달청이 발주토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조달사업법의 관련 규정은 권장사항으로 이해하고 있다" 면서 "다른 지자체도 자체 발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관련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경쟁입찰을 하고 있으므로 별 문제는 없다" 고 주장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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