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새명소] 부산 해운대 달맞이 언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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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부산 해운대 달맞이 언덕은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부산의 관광명소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사이에 두고 동백섬과 마주하는 이곳은 해송과 그림같은 집들이 어우러져 마치 지중해의 작은 도시를 연상시킨다.

달맞이언덕 중간쯤에 있는 레스토랑 ‘오페라’. 하얀 5층 건물에 지붕만 나뭇잎색이다.그리스 해안가 집처럼 평화롭고 깔끔하다.

4층 카페로 들어서자 오륙도와 동백섬,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눈이 시리게 파란 바다에는 갈매기가 한가롭게 날고 어선과 유람선이 점점이 떠 있다.

실내는 나무 등 자연소재를 주로 이용해 꾸몄다.층마다 넓은 테라스가 있어 문만 열고 나서면 해풍이 온몸을 적셔온다.

박상준(朴相俊 ·42)사장은 “지중해풍 스타일로 지었다”며 “이곳에 오면 세상의 시름을 잊을 수 있고 시인이 아니어도 시가 절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해발 60∼2백m 높이의 달맞이언덕(40만평)에는 레스토랑 ·커피숍 ·미술관 ·갈비집 ·빌라 등이 한껏 멋을 뽐낸다. 건물 마다 독특한 개성이 묻어난다.

넓은 원목 테라스 ·나무 의자 ·삼각형 나무지붕 등으로 꾸민 레스토랑 ‘언덕위의 집’도 동화속의 집 같다. 이곳에는 토 ·일요일이면 예비 신혼부부 10여팀씩이 찾아와 야외촬영을 한다.

김호진(金昊振 ·30) ·김미숙(金美淑 ·26)예비 부부는 “사진만 보면 이곳이 부산인지 유럽인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레스토랑 ‘알렉산더’는 건물 전체를 통나무로 만들어 웅장함과 멋을 동시에 보여준다.

달맞이언덕에는 이같은 업소가 30여 곳이나 된다.이름에도 멋과 운치가 배여 있다.‘라비올라’ ‘프로방스’ ‘로즈몽드’ ‘달빛속의 집’ ‘해뜨는 집’ 등등이다.

절경인 달맞이언덕은 석굴암·해돋이 등과 함께 대한팔경의 하나로 꼽힌다.춘원 이광수는 ‘해운대에서’라는 시에서 “바다도 좋다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내 어이 청풍명월(淸風明月)을 두고 갈거나”라며 이곳을 찬미했다.

추리문학가 김성종씨는 1992년 3월 이곳에 추리문학관을 세운 뒤 눌러앉아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달맞이언덕에 반해 이곳에서 ‘전영록 라이브 하우스’를 운영해온 가수 전영록씨는 “전국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경치 좋은 곳은 보지 못했다”고 자랑했다.

이곳에는 동백아트센터 ·갤러리 힐 등 8곳의 화랑도 있다.화랑타운에서는 진짜 그림과 한폭의 그림같은 경치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촘촘히 이어진 빌라촌(8백여 가구)도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3∼5층 규모의 빌라들은 고급스런 외벽장식에 독특한 설계, 기품있는 조경 등으로 눈길을 끈다.

해안 언덕을 따라 이어진 숲속 길(달맞이길)을 자동차로 달리는 기분은 그만이다. 소나무 ·벚나무 사이 사이로 파란 바다가 펼쳐지는가 하면 멋진 레스토랑과 화랑이 반갑게 맞이한다. 달맞이언덕은 이름 그대로 정월 대보름날 소원을 비는 곳이다.

정월대보름인 7일 저녁에도 부산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부산=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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