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워치] "불심 잡기 내조 힘드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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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3일 오후 3시 서울 정동이벤트홀에서 열린 불교방송의 '거룩한 만남' 5백회 행사.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가 축사를 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는 초청장을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당 일각에선 韓여사의 불참을 조계종 총무원장인 정대(正大)스님의 발언과 연관해서 관측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정대스님의 발언 파장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탓에 韓여사가 불참한 것 같다" 고 말했다.

정대스님은 지난달 19일 "李총재가 집권하면 희대의 정치보복이 난무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李총재를 위해 열심히 불교계 창구 역할을 해온 韓여사가 이 발언으로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며 "당시 韓여사는 '(정대스님이)그럴 분이 아닌데…' 라는 안타까운 심경이었다" 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韓여사는 가톨릭신자(세례명 세실리아)임에도 매달 한 차례 사찰을 찾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여의도 당사에서 법회를 열 정도로 불교계에 정성을 쏟아왔다. 지난해 10월 청계사의 우담바라 개화행사와 12월 불교사회복지대회에서 韓여사는 정대스님과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평소 튀는 색깔의 옷을 꺼리는 韓여사지만 절에 갈 땐 유독 잿빛 의상을 고른다. "절에 가면 편하다" 는 이야기를 꺼낼 정도다.

당내에선 韓여사의 이런 모습을 차기 대선을 겨냥한 불교계와의 관계 강화로 해석해왔다. 그런 만큼 정대스님 발언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은 부인 김은숙(金銀淑)씨를 통해 불교계와 가까이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불교계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프로그램을 다시 짜고 있다.

당내 불교통인 함종한(咸鍾漢)전 의원은 "요즘 韓여사는 정대 스님 발언을(잘 되라는)덕담으로 생각한다" 고 전했다.

당내 '불교 성지순례단' 은 지난달 해남 대흥사를 시작으로 매달 한 곳씩 유명 사찰을 찾기로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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