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패스트패션 브랜드마다 ‘숨은 진주’ 따로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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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1 H&M에서 협업상품으로 나온 소니아리키엘 니트. 2 자라의 블랙 원피스. 머플러와 스타일링하기 편하다. 3 유니클로가 올봄 선보인 UJ라인의 청바지. 4 망고의 빈티지풍 클러치백.

글로벌 패스트패션과 동대문의 차이? 칼 요한 페르손 H&M 회장은 “카피제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업체별로 유행을 감지하는 100여 명 이상의 디자이너 군단, 글로벌 소싱으로 싸고 좋은 소재를 세계 각처에서 공급받는 게 차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콜라보레이션) 디자인 제품을 내놓으며 일반 시장 패스트패션과 차별화를 꾀한다. 한 번 입고 버리는 옷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부다. 이제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도 면티셔츠뿐 아니라 ‘숨은 진주’를 사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협업상품을 노려라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최고 덕목은 10만원대 안팎에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거다. 유니클로는 지난해부터 질 샌더와 협업한 옷들을 선보였다. 질 샌더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일자 라인을 살린 재킷·셔츠가 10만원대에 나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발매 당일 일간 매출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유니클로 김태우 마케팅팀 과장은 “진짜 세계적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게 협업 상품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27일 서울 명동에 첫 매장을 여는 H&M도 협업 상품을 앞세웠다. 니트로 이름난 소니아 리키엘이 여성복과 아동복을 디자인했다. 화려한 줄무늬의 니트 카디건·원피스·점퍼 등이 나올 예정이다. 이번 협업 상품은 세계 1900여 매장 중 200곳에만 출시됐다. 특히 ‘Mon Pull RyKiel(나의 리키엘 스웨터)’나 ‘Reine Tricot(니트의 여왕)’이라고 쓰인 스웨터는 한정판이다. 또 어깨에 꽃장식을 한 블랙 원피스는 디자이너가 즐겨 쓰는 비대칭적 재단으로 소장 가치가 있다고 업체는 추천한다.

기본제품이 실속 있다 패스트패션이라고 해도 트렌디한 옷만 있는 건 아니다. 화이트 셔츠, V네크 카디건 같은 기본제품이 의외로 많다. 유니클로는 아예 유행과 상관없는 기본 아이템으로만 승부하고, 자라 경우엔 여성복 부문에 클래식 라인을 두고 있다. 기본 아이템은 유행에 따라 색깔만 바뀔 뿐 매년 디자인은 똑같다.

이런 옷들이 소리소문 없이 잘 팔린다. 망고의 흰색 로고 티셔츠는 매년 나올 때마다 동이 난다. 자주 빨아도 후줄근해지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1만5000원. 대학생 서현주(21)씨도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 니트를 자주 산다. 서씨는 “기본 아이템은 디자인보다 소재가 중요한데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체 제품 중 소재가 괜찮은 게 꽤 많다”고 말한다. 이는 글로벌 업체의 ‘바잉 파워’ 때문에 가능하다. 제일모직 망고팀 이상각 과장은 “대량으로 물건을 만들기 때문에 질 좋고 싼 원단을 세계 각처에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니클로도 목장과 통째로 계약해 양털을 공급받고 있다.

브랜드마다 ‘장기’는 따로 있다 유니클로는 캐시미어 제품으로 국내에 상륙했지만 청바지가 의외로 인기다. 4년 전 스키니진이 나왔을 땐 옷맵시가 좋아 패션 잡지 에디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가격도 4만9000원대. 올봄엔 아예 ‘UJ’라는 청바지 라인을 내놨다.

망고의 경우엔 액세서리가 오히려 실속 있다. 클럽이나 파티에 갈 때 어울릴 만한 가방과 구두가 많다. 스팽글 장식이 달린 백, 손바닥만 한 빈티지백은 물론 10㎝가 넘는 킬힐과 발가락 앞이 보이는 웨지힐 슈즈까지 찾을 수 있다.

자라에선 정장 스타일을 눈여겨볼 만하다. 트렌디하면서도 검정·회색 등 무채색 옷이 대부분이다. 서민정 자라리테일코리아 과장은 “20대 젊은 층이 굳이 비싼 브랜드를 사지 않아도 될 만큼 적당한 품질에 가격대는 8만원대”라고 설명했다. 특히 검정 원피스는 길이가 무릎을 덮지 않아 답답한 느낌이 적고, 살짝 허리라인이 들어가 날씬하게 보여 인기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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