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열린우리당 '안개모'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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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소속 의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 면면을 보면 기업 또는 학교에 몸담았거나 공무원.군인 출신이 많고, 중도 보수 내지 중도 진보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들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하거나 과감한 행보를 하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강경론자들의 소리가 드높은 당내 분위기에서 합리적이고 건강한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천정배 원내대표가 안개모 소속 당직자들에게 안개모와 당직 중 택일할 것을 요구했다고 해서 열린우리당 내부가 시끄럽다. 천 대표는 "정책 조율에 나서야 할 핵심 당직자들이 사적 견해를 지나치게 고집하는 것은 당직자로서 적절한 자세가 아니라고 자제를 요청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보안법을 개정하거나 대체입법하자는 안개모 의원들의 입장 표명을 '반개혁적 발상''이적 행위' 등으로 몰아붙이는 당내 분위기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국민의 뜻을 존중해 점진적으로 개혁해 나가자는 의견조차 수용하지 못한다면 열린우리당은 민주정당의 자격이 없다.

우리는 안개모 소속 의원들의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활동에 기대를 건다. 지금 이 나라는 두 쪽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보안법 폐지에 매달려 사회를 양극화시키는 현실에서 그들이라도 통합적인 목소리를 낸다면 사회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야당 안에서도 그런 통합적인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강경파가 세를 잡는 정치무대에서 이런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이해한다. 특히 대통령까지 앞장서 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마당에 여당의원으로서 처신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를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방치할 수 없다. 더 이상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 그 책임은 1차적으로 여당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개모 의원들의 역할이 소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