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한 2인극 두 편 대학로 달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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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가슴 뭉클한 2인극 두 편이 연초 대학로 무대를 달구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와 몸짓만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2인극은 모노드라마 못지않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작품의 서정성을 담아내는 데는 2인극만한 것이 없어 배우라면 한번쯤은 도전하고 싶어하는 장르다.

대학로극장과 알과핵 소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돼지와 오토바이' '해마' 역시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연극이다.

'돼지와 오토바이' 는 이만희.강영걸 콤비가 꾸미는 올해 첫 작품. 93년 북촌창우극장 개관기념으로 초연됐던 '돼지와…' 는 당시 4개월간 장기공연되며 연극계의 화제를 모았다.

이호재.김명곤.김성녀.방은진.송채환 등 쟁쟁한 배우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유영환과 허윤정이 출연한다.

기형아인 첫 아이를 죽이고 감옥에 갔다온 고아원 출신의 전직교사가 부잣집 딸이자 의사인 젊은 제자와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본다.

어두운 과거를 떨치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 무거운 주제를 이만희 특유의 화려한 대사, 자유로운 기법으로 풀어간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진행과 처.의사.간호사.원장수녀.술집여사.촌부 등 1인9역을 맡는 허윤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새로운 인물로 연기하는 모습 등 독특한 연극적 요소를 감상할 수 있다.

31일까지 대학로극장. 오후 7시30분, 토 오후 4시30분 추가, 일 3시.6시. 월 쉼. 02-764-6052.

'돼지와…' 가 자신의 과거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남성을 그렸다면 '해마' 는 새로운 사랑 앞에 갈등하는 중년여인의 마음을 담았다.

선술집 '해마' 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녀의 이야기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돼 '버논 라이스 드라마 데스크상' 을 수상한 작품.

전 남편의 폭력으로 불임선고를 받은 선술집 '해마' 의 여주인 거티와 이 집에 얹혀사는 뱃사람 해리가 때로 사랑을, 때론 싸움을 벌이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물오른 배우들의 미묘한 감정표출이 볼거리다.

연극 '불좀 꺼주세요' 의 이동희가 거친 술집 여주인으로,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의 초대 스카이로 유명해진 .곽동철 주연. 임수택 연출. 오후 7시30분, 토.일 4시.7시. 월 쉼. 02-745-8833.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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