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야마다 기미오-유창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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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劉9단 노타임으로 미니 중국식 포석

제1보 (1~25)〓동해 바다에서의 1국이 끝나고 3주 정도의 긴 휴식이 있었다. 야마다8단은 일본으로 돌아가고 劉9단은 이촌동의 새 집에 푹 파묻혔다.

흑번에 강한 劉9단이 백으로 첫판을 승리한 것은 우승으로 가는 제일 어려운 관문을 장악한 것과 같았다.

이번에는 劉9단이 우승할 것 같다는 얘기가 그래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劉9단은 세계대회에서 몇번 우승했지만 다 해외에서 이긴 것이고 국내 결승전은 세번 치러 모두 졌다. 이런 것도 자주 겹치면 징크스가 되는 법이지만 이번만은 전과 달리 출발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2000년 12월 11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삼성화재 본사 3층의 특설대국장에서 2국이 시작됐다. 이 날은 월요일. 한 주에 5국까지 모두 끝내는 스케줄이다.

흑의 劉9단은 3에서 1분여를 생각했을 뿐 계속 노타임이었다.

이 '미니 중국식' 포석이야말로 최근 대유행 중이어서 劉9단도 몇판이나 두었는지 셀 수조차 없다.

변화의 가지는 많지만 그 하나 하나의 변화들을 쫓아 판의 구석구석까지 안가본 곳이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괜히 뜸을 들일 필요 없이 시간을 아껴 중반의 승부처에 대비하자는 게 劉9단의 생각이다.

흑9는 전엔 A의 눈목자로 두었다. 이 수가 좋으냐, 9가 좋으냐. 어차피 19까지 진행될 것이라면 흑돌은 두터운 백으로부터 한발이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낫다.

그래서 조훈현9단의 집에서 벌어진 토론에서 대다수 기사들이 9가 좋다는 쪽에 섰다. 그런데 단 한 사람, 이창호9단만은 A의 눈목자를 고집했다고 한다.

수는 턱없이 열세지만 그 한 사람이 보통 한 사람과 크게 다른 세계 최강자인지라 이 부분은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있게 됐다.

23, 24로 서로 지켜 포석이 끝났다. 중반을 여는 흑의 다음 한 수는 어디일까.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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