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게 따로 있죠…부끄럽다고 생리현상 참으면 대장암·급성요폐 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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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을 참으면

일러스트=강일구

우리가 먹은 음식은 작은창자를 지나면서 영양소로 흡수된다. 남은 찌꺼기는 큰창자로 넘어가 대변을 만든다. 큰창자에서 항문으로 이어지는 직장에 대변이 쌓이면 감지세포가 ‘대변이 마렵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를 습관적으로 참으면 대변이 가득 차 있어도 느끼지 못하는 만성변비가 된다.

한솔병원 이동근(대장항문외과) 원장은 “대변은 80%가 찌꺼기와 세균이기 때문에 장 속에 오래 둬서 이로울 게 없다”고 말했다. 박테리아와 같은 유해균이 증가해 세균성 장염이 생길 수 있으며, 대변의 독소와 발암물질이 장 점막세포를 자극해 대장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

숙변으로 배에 가스가 차면 속이 더부룩할 뿐 아니라, 여드름이나 기미 같은 피부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원장은 “대변은 1주에 최소 2회 이상 잔변감 없이 시원하게 보는 게 좋다”며 “노인과 어린이는 특히 건강한 배변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변을 참으면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은 방광에 저장됐다가 하루 5~6회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때 방광의 세균이 함께 배출되며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반면 소변을 참으면 우물에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좋지 않다.

이대목동병원 윤하나(비뇨기과) 교수는 “소변을 참으려다 보면 근육이 긴장되고,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방광이 예민한 사람은 소변을 참다가 기침과 함께 자칫 실수할 수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구조적으로 소변을 참기 힘들다. 특히 전립선비대증이 우려되는 50대 이상 남성은 소변을 참지 않는 게 좋다. 윤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사람이 소변을 오래 참으면 소변이 한 방울도 안 나오는 급성요폐에 걸려 응급실 신세를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방광 근육이 느슨해져 소변을 짜내는 수축력이 줄어들 수 있다.

소변은 너무 자주 봐도 문제. 하루 1.5~2L의 물을 마셨을 때 3~4시간에 한 번 300㏄(종이컵 2개 분량) 정도의 소변을 보는 게 적당하다.

방귀를 참으면

음식을 먹을 때 함께 들어간 공기가 장내에서 세균과 섞여 가스를 만든다. 이산화탄소·메탄 등의 가스가 식도를 통해 위로 올라오면 트림, 항문으로 나오면 방귀가 된다. 참기 어려운 방귀와 달리 트림은 습관으로 조절할 수 있다.

경희대 부속병원 장영운(소화기내과) 교수는 “방귀는 억지로 참아도 결국 자신도 모르게 소리나 냄새 없이 배출된다”며 “배출되지 못한 일부 방귀는 소장의 혈관으로 흡수된다”고 말했다. 혈액을 타고 몸 속을 돌던 가스는 다시 장으로 가 방귀나 트림으로 나온다.

사람은 하루 평균 약 15회 방귀를 뀌며, 500mL 정도를 배출한다. 건강한 사람이 방귀를 참는 건 무리가 없으나 간이 좋지 않은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장 교수는 “방귀의 암모니아 가스가 혈류를 타고 뇌로 갈 경우, 간성혼수가 올 수 있다”며 “건강을 위해 방귀를 참지 말고, 암모니아 발생을 유발하는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기침·재채기를 참으면

그렇다면 기침이나 재채기를 참는 건 어떨까. 기침과 재채기는 코나 목 등 호흡기를 통해 들어온 알레르기 항원·세균·바이러스 등이 몸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방어기전이다. 기도 점막에 뭉친 세균과 곰팡이 덩어리를 가래로 뱉어내는 것도 마찬가지의 면역작용.

경희대 부속병원 여승근(이비인후과) 교수는 “재채기나 기침이 날 때 일부러 참으면 몸의 면역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감염이나 알레르기 부작용 등이 있을 수 있으니 참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히 재채기는 야구 강속구처럼 시속 160㎞의 빠른 속도로 나오기 때문에 시원하게 하는 것이 좋다. 여 교수는 “재채기는 엄청난 압력이 순간적으로 분사되는 것”이라며 “이를 참으면 코 점막이 약한 사람은 코피가 날 수 있고, 코와 귀가 연결된 이관을 통해 어지럼증이나 이명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이주연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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