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의 소리] '복지'없는 사회복지 종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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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선진 복지사회에서는 사회복지 대상자에 대해 시설보호보다는 가정보호나 지역사회 보호가 바람직하다는 이론에 따라 재가(在家)복지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즉 수용 중심의 생활시설보다는 지역사회시설을 만들어 가정이나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복지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지역사회보호를 위한 복지행정체계가 미흡한 나라에서는 생활시설의 보호가 여전히 중요하다.

중증의 육체적.정신적 장애나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기존의 지역사회에서 적절히 보호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은 지역사회 보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도 자립이 힘든 노인.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최소한의 의식주를 제공하는 생활시설의 입소자 숫자는 물론 비(非)인가 생활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25 전쟁으로 인한 전쟁고아, 빈곤가정의 아동 및 전쟁 미망인들에 대한 외국 정부 및 구호단체들의 원조 및 후원을 통해 아동보호시설을 중심으로 한 생활시설이 활성화됐다.

그러나 1970년대 외국 원조가 중단되면서 정부가 공적부조제도를 중심으로 재정적인 지원을 통해 시설이 운영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입소자들의 최소한의 의식주 문제 해결도 어려울 정도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희생과 봉사의 미명 아래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로 인권과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일해왔다.

예산부족 때문에 현재 시설의 법정인원 대비 현황은 아동시설이 59.2%, 노인시설이 62%, 장애인시설이 65% 등이다.

정부의 법정인원은 약 1만9천명인데, 실제 시설 종사자는 1만2천여명으로 70%에도 못미친다.

이같은 인원부족으로 종사자 1인당 보호인원은 평균 7.2명이다.

일본(3.6명)의 2배에 이르며 이로 인해 사회복지 종사자의 탈진과 소진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많은 생활지도원.취사원 등은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느라 밤낮 없이 일하고 있다.

아동복지시설 보육사들의 경우 교대도 없이 하루 24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보면서 대졸 4년차의 월급이 1백만원 정도로 일반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일반기업들은 주 5일 40시간 근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저임금과 24시간 근무를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3교대로 전환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시설 종사자들처럼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사들은 3교대로 일하고 있다.

현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근무형태는 엄연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며 비인권적 노동력 착취다.

정신보건센터의 경우도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임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5년 전 정신보건사업 지침에 의해 책정된 급여수준이 지금까지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여금.보너스.퇴직금이 없고 사회보험 가입자격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

노숙자 시설의 경우 법정 근로시간에 맞게 근무하는 종사자는 6.3%에 불과하며,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에도 82.7%가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에 1년 이상 근무하는 종사자는 17.9%에 불과하고 46.3%는 6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퇴직한다.

아직도 많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대상자와 그 가족의 변화하는 모습과 '고맙다' 는 인사 한마디에 성취감과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힘들고 개인생활이 없다시피한 사회복지 현장을 점차 외면하고 있다.

이는 결국 시설 입소자의 복지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우려가 높다. 다행히 오는 4월부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2교대 근무제가 실시될 전망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건비의 현실화와 함께 야근수당.휴일근무수당 등 특수수당 지원과 노동법에 의한 퇴직금 지급, 각종 복지후생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가 시설 종사자 처우를 개선하고 복지시설에서 전문 재활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 등을 서둘러야 한다.

정무성 <鄭茂晟.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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