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오지마을, 도시인의 쉼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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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화북면 정각리에 들어선 별빛문화센터. 숙박하며 세미나를 열고 특산물도 구입할 수 있는 다용도 공간이다. [영천시 제공]

영천시 화북면 정각리. 동양 최대인 보현산천문대 아래에 자리잡은 산골 마을이다.

이 마을에 들어선 별빛문화센터가 올 들어 문을 열었다. 센터에는 사과와 야콘·고구마 등 특산물 매장이 마련돼 있다. 또 세미나를 열 수 있는 회의실과 시청각실, 50명이 한꺼번에 묵을 수 있는 팬션 공간도 꾸며졌다. 센터는 이용이 시작됐다. 지난 달에만 외지의 교회와 고등학교에서 150여 명이 세 차례나 이곳을 찾았다.

별빛문화센터는 주민들이 제안해 지어졌고 운영도 맡고 있다. 화북면 법화리 등 보현산 권역 주민 700여 명은 살기 좋은 농촌, 도시민이 찾는 농촌을 만들자며 2005년 말 자발적으로 마을 발전계획을 세워 농림수산식품부에 제출했다. 주민 90%는 사과 농사를 짓는다. 그동안 이 일대는 외지인이 거의 찾지 않는 오지였다. 농수산부는 평가를 거쳐 이 권역에 54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 예산으로 정각리에 별빛문화센터를 짓고 마을회관과 쉼터를 만들었다. 또 돌담을 정비하고 소득사업으로 미나리 생산단지도 조성했다. 보현산 별빛촌 비닐하우스 미나리는 요즘 출하가 한창이다.

보현산 권역 조원제(55) 운영위원장은 “미나리는 1㎏에 6000원씩 평당(3.3㎡) 4만원의 고소득을 안겨 준다”며 “한적하던 산골이 도시민이 찾으면서 관광지 겸 부자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천시가 날로 열악해지는 오지 마을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영천시는 보현산 등 4개 오지 권역에 2006년부터 209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농촌마을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지역의 청정 자연을 활용해 각박한 도시 생활의 대안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4개 권역은 화북면 정각리 보현산 권역을 비롯해 ▶자양면 보현리의 은하수 권역▶북안면 관리의 돌할매 권역▶신녕 권역의 거점면소재지 개발 등이다.

은하수 권역은 보현산 권역에서 영천댐 방향으로 5분 거리다. 이 권역은 영천댐 수변구역으로 마을 전체가 청정 자연공원 같은 곳이다. 영천시는 이곳에 44억원을 들여 올해부터 기룡산 중턱에 3만3000㎡(1만여 평)의 축제마당과 주차장, 야생화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주민들은 이들 사업을 보현산 권역과 연계해 별빛산나물축제와 전국전원생활박람회를 열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도시민의 귀촌을 유도할 예정이다.

경주에서 영천으로 들어오는 관문에 위치한 돌할매 권역은 연간 15만명이 찾는 토속신앙의 명소다. 영천시는 41억원을 투입해 이 일대를 돌할매 주변 테마공원으로 조성한다.

또 의성과 경계 지역인 신녕 권역은 100억원을 투입해 거점면소재지로 개발한다. 영천시는 올해 전통시장을 정비하고 복지회관 건립, 시가지 간판 정비 등을 통해 팔공산도립공원을 찾는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거점면 개발은 도별로 하나씩 전국에 8곳이 선정됐다.

영천시 박정대(55) 농촌개발담당은 “영천이 경북에서 오지 개발사업을 가장 많이 따냈다”며 “제4경마공원 확정으로 이들 사업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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