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신앙] 가톨릭미술가회 김형주 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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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명동성당 언덕을 들어서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가톨릭회관 1층에 자리잡은 평화화랑에선 크리스마스를 맞아 성물(聖物)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교회에서 쓰이는 커다란 성상부터 신자들의 집안에 두는 성모상이나 십자가, 평소에 지니고 다니는 묵주나 주고받을 수 있는 카드에 이르기까지 가톨릭 신앙을 표현한 80여점의 작품이 나와 있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에 소속된 화가들의 작품들이다.

"우리나라의 성물들은 너무 천편일률적이예요. 다양한 아름다움, 우리식의 신앙과 심미안이 담긴 성물들이 너무 적게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가 만든 아름다운 성물들을 널리 보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어요. "

전시회를 마련한 서울가톨릭미술가회 김형주(53.사진)부회장은 아름다움을 유난히 강조했다. 자신의 신앙이 아름다움에서 시작된 탓인 듯하다.

김씨는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어슴프레한 새벽안개를 뚫고 종로성당을 찾곤했다. 새벽미사 가는 길의 고요함과 안개에 묻힌 성당의 아름다움에서 경건한 마음을 다졌던 기억이 평생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그림을 좋아했던 김씨는 이후 미대에 진학했고, 졸업후 가톨릭미술가회에 참여하면서 20여년 종교미술에 몸바쳐 왔다.

젊은 시절 설치미술을 거쳐, 한동안 성화를 주로 그리다가 최근에는 십자가 조각을 많이 하고 있다.

"아름다운 작품은 가까이 두고 자주봐야 좋은 줄 알지요. 그런데 제대로 된 작품은 너무 비싸 일반인들이 가까이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품을 가능한 싸게, 여러가지 실용적인 형태로 만들어 내놓았습니다. "

교회의 대형 성상을 많이 만들어온 조각가 최종태(서울대 명예교수)씨 등 유명 조각가들이 일부러 소품을 만들어 내놓았으며, 유명화가들의 그림을 카드로 만들어 여러 사람이 나눠가질수 있게 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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