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새 근원(近園) 수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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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 새 近園 수필

-김용준 지음,열화당,1만5천원

책꼴의 미려함이나 완성도,표지와 본문 편집 디자인의 정교함 면에서 국내 단행본 중 가장 뛰어난 책이 ‘새 근원 수필’이다.

눈 밝은 편집자에게 포착돼 장인적 손길로 만들어진 신간은 내용 역시 괄목할 만 하다.월북(越北)이후 잊혀져온 근대 미술사의 큰 인물이 남겼던 반세기 이전의 산문이 이토록 정갈하고 담박한가 싶은 마음이다.

“횡행하는 여러 매체에 길들여져 난삽한 글쓰기와 글 읽기를 하고 있으며 따라서 언어의 구사와 학문 탐구의 방법은 날로 부박해지고 있다.이번 총서는 제대로 사고하고,제대로 쓸 줄 알았으며,바르게 학문했던 인문정신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학문적 문화적 사표로 삼고자 기획됐다.”

황금색 책 날개의 안 쪽에 실린 ‘우리 문화예술론의 선구자들 총서 발간에 부쳐’의 일부 역시 간단치 않다.

이 출판사는 총서 안에 미술사학자 근원(近園)김용준(1904-1967),사학자 호암(湖岩)문일평(1888-1939),미술 평론가 범이(凡以) 윤희순(1902-1947)육당(六堂)최남선,우현(又玄) 고유섭등을 포함시키기로 하고,첫 작품으로 근원의 수필집을 내놨다.

전체 5권으로 된 전집 중 첫 권 ‘새 근원 수필’은 수필 문장 자체의 진정한 맛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신기하게도 뒷맛이 포근하여 도시에 그늘에 있으되 마음은 산골 숲 사이에 있는 듯 행복해지는 맛”(미술평론가 최열)이라는 평가에 동감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문학,비(非)문학의 장르 구분을 넘어 해방 전후 남겨진 문장중 가장 순도 높은 글이라는 판단도 든다.

순수한 우리 말 구사가 이토록 격조있게 표현됐구나 싶기도 한가 하면,잊혀진 한자어로 적절하게 녹아있어 흔지않은 격조로 연결되기도 한다.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한데,한가지가 더 있다.

화가이자 비평과 미술사학을 겸한 재사(才士)였다는 근원의 글은 무엇보다 문사철(文史哲)을 겸한 지성의 높이도 보여준다.

동시대의 사상에 소홀치 않았던 그는 옛것을 돌아보는 은은한 상고(尙古)취미가 있었다는데,과연 그렇다.본디 1948년에 나왔던 ‘근원수필’을 근거로 모두 53편을 담은 근원 수필의 완결판이 이 책이다.

한편 전집 제2권으로 같이 나온 ‘조선미술 대요(大要)’는 1949년에 나온 초판본을 기초로 해 편집의 묘미를 살려 재탄생했다.우리가 알고있는 미술사의 상식들의 원전이 바로 이 책이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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