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신앙] 선화 전문화랑 개관 김창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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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담원(潭園) 김창배(金昌培.45.사진)씨는 선화(禪畵)달력을 10년째 만들어 보급해 왔다. 그가 최근 인사동에 선화 전문화랑의 문을 열었다.

김씨의 호를 딴 '담원 갤러리' 는 종로쪽에서 인사동으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왼쪽에 자리잡은 성보빌딩 3층에 세들어 있다. 20평이나 됨직한 자그마한 실내엔 염불소리가 가득하다.

사방의 벽을 가득 메운 선화중에는 달마대사를 그린 달마도가 가장 많고 스님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도 적지않다.

"제 나름대로 수양한다는 마음에서 선화를 그립니다. 어려서부터 불교와 그림에 모두 관심이 많다보니 선화를 많이 그리게 됐지요. 이왕 나선 김에 전문화랑까지 한번 욕심을 냈습니다. "

김씨의 선화가 특이한 점은 달마를 그리더라도 채색을 하고, 얼굴만 아니라 전신을 그리고 배경을 넣기도 한다는 점이다.

"고승들의 깨달음에는 못미치더라도 가능하면 불교의 정신, 달마의 행적을 더듬어가면서 그림을 그리려고 애쓴다" 고 한다.

불교나 그림과의 인연은 모두 김씨가 태어나면서부터 맺어졌다.

충남 서산 불교집안에서 태어나 서당 훈장인 할아버지로부터 한문을 배우면서 문인화도 곁눈질해 배웠다.

막 뛰어다니기 시작할 무렵 문설주에 걸려 넘어지면서 소죽을 끓이는 가마솥에 빠져 사경을 헤맸다. 겨우 살아나자 집안에서 '부처님의 은덕' 이라며 어린 김씨를 마을 인근 절에 보내 1년여 절에서 자랐다.

그래서 지금도 "목탁이나 염불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 한다.

추계예술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이후 목탁이나 염불을 녹음한 테이프를 털어놓고 작업하면서 점점 선화에 빠져든 것도 그 인연인 듯하다.

김씨는 12월 10일까지 계속되는 개관기념 기획전에 자신의 그림을 먼저 걸었다. 이어 선과 관련된 서화나 조각 전시회를 선보일 계획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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