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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수술, 제거에서 보존으로 개념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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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치질은 겨울이 ‘제철(?)’이다. 추위 때문에 항문 주위의 모세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치질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말연시와 명절이 들어 있어 과로와 과음을 반복하다 보면 어김없이 불편한 삶을 감내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치질 없이 개운하게 한겨울을 날 수 있을까. 대장항문전문 양병원(서울 강동구 길동, 경기 남양주) 양형규 원장에게 치질 예방과 치료법을 들었다.

항문은 ‘엉덩이에 있는 입술’

항문에도 입술과 비슷한 조직이 있을까. 맞다. ‘항문의 입술’이라고 하는 푹신푹신한 쿠션 조직이다. 이 조직은 평소 입술처럼 닫혀 있어 외부와 차단하는 셔터 기능을 한다. 다른 점은 입술이 음식을 들여보내는 입구인 반면 쿠션 조직은 노폐물을 밖으로 편하게 배출하도록 돕는 기관이라는 것. 항문관 안쪽에 위치하면서 배변을 할 때는 밀려나오고, 끝나면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 조직 덕에 배변 시에는 4㎝ 정도 항문이 열린다. 치질(치핵)은 배변 후 이 쿠션조직이 제자리로 원위치되지 않고 나와 있는 것을 말한다.

“병든 조직이 아닌 정상 조직” 인식 전환

이젠 치질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지난 20여 년간 치질은 늘어난 정맥 덩어리로 생각했다. 손상된 모세혈관 덩어리가 뭉친 병적인 조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치질은 ‘누명’을 벗었다. 단지 쿠션 조직이 늘어나 밑으로 빠진 정상조직이다. 이런 개념의 차이는 곧 수술법의 차이로 나타난다. 종래 수술은 치질을 병든 조직으로 생각해 완전히 들어냈다. 문제는 이런 절제술을 할 경우 후유증이 크고 오래간다는 것이다. 절제에 의한 출혈뿐 아니라 과다하게 조직을 잘라냈을 경우 항문 협착의 우려도 평균 4% 정도 보고되고 있다.

점막 속으로 수술하면 출혈 적어

치질을 정상 조직으로 보는 시각에서 개발된 것이 점막하 치핵수술이다. 1950년대 영국의 팍스 박사가 발표한 수술법으로 유럽에서 많이 시행되고 있다. 수술의 목표는 치질 덩어리를 감싸고 있는 점막을 보존해 항문 기능을 최대한 정상화시키는 것. 점막을 가능한 한 적게 째고 안쪽으로 들어가 손상된 조직만 들어낸 뒤 점막을 다시 봉합한다. 양병원 양형규 원장은 여기에 ‘거상 고정식’이라는 방식을 개발해 수술법을 발전시켰다. 밑으로 처진 항문을 들어올려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항문 손상을 최소화하고, 종래 1시간30분이 걸리던 시술시간을 30분으로 줄였다. 장점은 출혈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빠르며 배변 기능의 손실, 항문 협착 등의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다.

실제 양 원장이 ‘거상 고정식 점막하 치핵 절제술’을 시술받은 65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환자의 77%(504명)가 사흘 이내 퇴원했고, 일상생활을 하기까지 평균 5일이 걸렸다. 또 퇴원 후 다시 외래를 찾은 횟수도 3회 미만이 54%(352명)였다.

치질 수술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지연 출혈은 수술 7~14일 후 나타난다. 점막하 치핵절제술의 경우 지연 출혈률은 0.5%였으나, 기존 방법은 1.2%에서 4%까지 보고된다.

음주·변비는 치질과 상극

치질 환자에게 항문의 청결은 기본 수칙이다. 항문이 불결하면 염증이 생겨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 배변 후 좌욕이나 비데를 사용하고, 여의치 않으면 물휴지로 닦는다.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면 항문 혈액순환 을 도와 치료에 도움이 된다. 섭씨 40~45도의 약간 따끈한 물이 들어 있는 대야에 엉덩이를 담그고 3~5분 휴식을 취한다. 시간을 길게 늘리면 항문에 압력이 높아져 오히려 부담을 준다.

술은 모세혈관이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치핵 정맥총을 자극, 울혈을 일으키므로 삼간다.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면 그 후유증으로 치질이 올 수 있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섬유질이 많은 전통식사로 변의 부피를 늘려줘야 한다.

겨울철에 눈밭이나 차가운 바위에 앉는 것은 금물. 항문 부위가 찬 곳에 노출되면 정맥총의 모세혈관이 망가져 치질이 유발된다. 산책·조깅·수영과 같은 유산소운동은 치질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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