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계속 참패하는 지방선거 패턴 깨고 싶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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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호 10면

첫 당직을 맡은 정두언 의원은 친이계의 대표적인 기획통이다. 그는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일단은 보류”라고 말했다. 신동연 기자

한나라당 정두언(53) 의원이 처음으로 당직을 맡았다.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이다. 국민소통위원장이란 직함을 받은 적이 있지만 당 대표에게 임명장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선의 정 위원장은 ‘이명박 사람’이다. 친이계의 대표적인 기획통이다. 2007년 경선과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8년 총선 무렵 불거진 권력 갈등 이후에는 여권 내부에서 소외감을 호소하곤 했다. 그가 정병국 사무총장과 함께 6·2 지방선거를 지휘하게 됐다. 그가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일까.

첫 당직 ‘선거기획위원장’ 맡은 정두언 의원

-당직을 수락한 이유는.
“정치 입문 10년 만에 처음 맡는 당직이다. 17대 때 국회에 들어온 의원 중 당직 임명장을 처음 받은 것은 아마 저밖에 없을 거다. 이상하게 그런 곳에 관심이 없었고 당직 생각을 안 했다. 항상 왕비주류였다. 임명장을 주기 전날(3일) 정몽준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방선거에 관한 것이다. 사무총장을 돕는 일이기도 해서 하기로 했다.”

-지방선거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인데.
“책임이 있는 자리다 보니 아무도 안 하려고 한다. 아무도 안 하니까 하기로 했다. 서로 하겠다고 하면 안 했을 거다. 책임이 있는 자리고 정두언은 좀 다르다는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계속 참패했는데 그런 패턴이 깨지는 선거를 만들고 싶다.”

-남는 게 없을 수도 있다.
“여태껏 그렇게 계산에 맞게 살지 않았다.”

-지난 총선 무렵 불거진 권력 갈등 이후 첫 전면 등장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 일은 실제보다 해석이 더 복잡하다. 하지만 해석이 또 현실을 규정해 버리는 수도 있는 거니까.”

서울시장엔 대권주자급 나서야
-6·2 지방선거 전망은.
“당연히 어렵다.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적 성격을 가지니 항상 여당에 불리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일을 해보는 것이라 도전하고 싶다. (웃으며) 해서 안 되면 본전이다.”

-서울시장 출마는.
“내가 경쟁력이 있나 현재는 자신이 없다. 내가 나가서 될 것 같으면 나가는 거다. 그런 면에서 상황을 보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반드시 이겨야 하니까 필요하면 대권 주자급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포기로 받아들여도 되나.
“보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유세로 나설 것으로 보나.
“선거에서 최고의 전략은 상식이다. 상식대로 가면 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의 화합이다. 그 다음, 박 전 대표가 역할을 해주어야 선거에 도움이 된다. 박 전 대표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이로울 게 없다. 당이 세종시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데 가급적 빨리 정리해야 한다. 시간 끌 것 없이 2월 중에 세종시 문제는 정리해야 한다.”

-어떻게 2월에 가능한가.
“당론 결정 과정 후 국회에서 처리하면 된다. 그 자체를 못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인데 법안이 나오면 여당이 당론 투표를 한 뒤 국회에서 논의하고 정해진 절차대로 가야 하는 것이 원칙 아니냐. 원칙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해선 안 된다. 우리 당헌상에는 당론을 변경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해 놓았다.”

-약속을 해서 선거에서 표를 얻은 당론이기 때문에 여타의 당론과는 다르다는 논리가 있다.
“억지스럽다. 논어에 이런 말이 나온다. ‘君子 貞而不諒(군자, 정이불량)’이다. 군자는 신의를 굳게 지키나 맹목적으로 작은 신의를 지키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한 책에 나와 있는 이 문구의 해석을 보면 ‘한번 한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그 약속이 정의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됐다면 바르지 못한 그 약속은 지키지 않는다. 만일 정의에서 벗어난 약속을 지킨다면 작은 신의는 지켜지겠지만 그보다 더 큰 정의를 저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공자가 박 전 대표에게 건네는 말 같다.”

-2월에 서둘러 처리하면 국회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시간이 더 간다고 되고 안 되고 할 게 아니다. 세종시에 대한 여론도 어느 정도 고착화가 됐다. 더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굉장한 ‘물건’
-정몽준 대표에 대한 평가는.
“정당 생활이 오래지 않아 아직 검증이 된 분은 아니다.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지만 그에 비하면 잘 하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잠재력을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권 후보까지 갔고 국민 지지 기반이 있는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3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경남지사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나.
“굉장한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국회의원 재선을 과감히 포기해 시장이 됐다. 김 지사의 불출마도 그런 부분에서 평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내공이 있는 인물이다.”

-정 위원장이 박 전 대표를 세게 비판했다는 견해에 대해선.
“그런 얘기를 들으면 답답하다. (세종시에 관해선) 나보다 박 전 대표가 더 세게 말하신 것 같다. 국익을 위해 결단을 내렸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못할망정 심한 것 아닌가. 나는 박 전 대표에게 심한 말을 한 게 아니라 맞는 말을 했는데도 심하다고 한다. 박 전 대표가 과거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듣고 아는 얘기다. 없는 얘기를 하는 것이 심한 것이지 그게 뭐가 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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